로멜과 패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낳은 최대의 스타였다. 두 사람 다 전격전으로 일세를 풍미했지만 성격은 대조적이었다. 로멜은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자신의 천재성을 확신했고 스타의식과 출세욕이 강했지만, 자제력이 강하며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부하들에게는 확고한 신뢰감을 주는 지휘관이었다.
패튼은 미국식 신흥 귀족이란 기준에서 귀족적이고 갑부 집안이었다. 자랑질이 심하고, 남에게 오만하게 보이는 것을 즐겼다. 능글맞고 거짓말도 잘하고, 제멋대로이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성격이 호방한 사람은 좋아할 수도 있었지만 목숨을 맡기기에는 불안했을 것이다.
미국의 전쟁사학자 데니스 쇼월터는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독일 군인들은 패튼을 더 높게 평가하고, 미국인들은 로멜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일까? 군사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어느 정도는 애국적인 편견이 강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함께 상대국에서 더 높게 평가받는다는 것은 특이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같은 전격전술이라도 두 사람의 전술은 개성이 조금 다르다. 로멜은 적의 빈틈을 발견하고 지체 없이 파고들어 겁 없이 쾌속으로 진군하면서 적의 두뇌와 손발을 휘저어 놓은 스타일이었다. 패튼은 로멜보다 허세가 강하고, 늘 큰소리를 쳤지만 전술은 여우 같고 신중했다. 적을 기만하고, 몰래 화력을 집중한 뒤 짧게 끊어가면서 판을 뜯어내는 식이었다.
물론 이것은 두 사람의 전술관의 차이가 아니라 그들이 싸웠던 환경의 결과였을 수도 있다. 필자는 그런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서로 상대편에서 존중받는 이유일 수도 있다. 패튼의 전술은 유럽과 독일 땅에서 시행되었고, 로멜은 프랑스와 북아프리카 대평원을 달렸다. 결국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유용성과 가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두 사람은 동료들에게서 질시를 받았다. 전술의 기본은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인데, 그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