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위인전에는 과학자, 왕, 장군,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축구선수, 가수, 농부, 건축가, 기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약했던 위인들이 등장한다.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에게 주려고 구입한 위인전 전집에는 성공한 기업가가 단 두 명 있었다. 그중 스티브 잡스 편은 꽤 흥미로웠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잘 알려진 애플 이야기보다 그가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부터 다시 복귀하기 전까지 몸담았던 두 회사가 비중 있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잡스는 1986년 애플에서 해고됐다. 이듬해인 1987년 차린 회사가 넥스트(NeXT)라는 컴퓨터 회사다. 그 무렵 잡스는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 감독으로부터 컴퓨터그래픽 회사인 ‘픽사’도 헐값에 사들였다.
두 회사를 운영하는 건 순탄치 않았다. 넥스트가 개발한 컴퓨터는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으로 이제까지의 어떤 컴퓨터보다 완벽했지만 높은 가격 탓에 팔리지 않았다. 픽사가 추구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또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장비가 필요했다. 뚜렷한 성과 없이 손해만 쌓이다 보니 잡스는 사업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잡스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 두 회사를 이끌었던 10여 년의 시간을 ‘인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로 꼽았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 시기를 ‘입에 쓴 약(awful-tasting medicine)’이라고 표현했다. 넥스트에서 만든 컴퓨터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초의 시도들을 통해 성공의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다.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넥스트의 컴퓨터는 컴퓨터도 세련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줬으며, 그 이후 출시된 컴퓨터 운영체제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게다가 199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넥스트가 만든 컴퓨터로 제작됐다. 처음으로 세트장과 배우 없이 오직 컴퓨터로만 제작된 이 영화는 잡스에게 커다란 경제적인 부까지 안겨준다.
본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미래 개척하는 청년 창업가들’ 시리즈를 통해 청년 창업가들의 창업 이야기와 이들이 꼽은 ‘인생의 전환점’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창업가가 그러하듯이 이들도 지금의 성공을 얻기까지 숱한 인생의 전환점을 겪어왔다. 누군가(‘라이언로켓’ 정승환 대표)는 사무실이 없어 카페를 전전하며 연구를 이어나간 덕분에 더 좋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다른 누군가(‘메디히어’ 김기환 대표)는 국내에서 규제에 막혀 해외로 진출했지만 거기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또 다른 누군가(‘와이즐리’ 김동욱 대표)는 고객의 니즈를 못 읽어 시제품을 전량 폐기했지만 그것이 고객의 반응을 듣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만약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아이폰과 토이스토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느껴질 때, 잡스처럼 꼭 해야만 하는 분명한 목표만 남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인생의 전환점에서 창의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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