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千人계획[횡설수설/이태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5일 03시 00분


중국계 미국인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2016년 중국으로 귀화해 원사(院士)가 된 양전닝 박사,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다 2008년 귀국한 뒤 세계 최초로 양자역학 원리 위성암호통신을 성공시켜 2017년 네이처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부총장…. 중국 정부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의해 본국으로 돌아간 세계 정상급 인재들이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과학기술 발전 등에 필요한 인재 2000여 명을 5∼10년 안에 육성하겠다며 해외 고급 두뇌와 석학들을 영입한 프로젝트다. 노동력 대국인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과학기술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야심 찬 인적 역량 강화 프로젝트다. 중국인이 주 대상이지만 외국인도 포함된다.

▷계획 추진 4년 만에 4000여 명의 과학자가 몰리자 중국은 ‘만인(萬人)계획’으로 확대했다. 2022년까지 1만 명 유치가 목표인데 벌써 8000여 명을 불러들였다. 인기 비결은 특급 대우다. 고액 연봉에다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의 생활비를 주고 주택 의료서비스 등 갖가지 혜택도 따르니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응모자가 쇄도한다.

▷우리도 국내에 기술 인재가 거의 없었던 1960년대 비슷한 우대 정책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과학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당시 아파트 1채씩을 무료로 주고, 월급은 대학교수의 3배를 약속했다. 초대 최형섭 KIST 소장의 이런 건의를 받은 박 대통령은 “나보다도 많이 받는구먼”이라고 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은 중국의 천인계획이 자국의 첨단기술을 훔쳐가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월에는 중국 정부의 연구비를 받고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을 숨기다가 검찰에 기소된 하버드대 교수 사건도 불거졌다. 천인계획 참가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제가 없는 일본은 4월에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경제반’을 신설해 안보 관점에서 기술 유출 감시를 시작했다.

▷중국은 연구개발 인력(2017년 기준)이 403만 명으로 5년 연속 세계 1위다. 중국이 단기간에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성장한 것은 과학기술 인재를 집중 육성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려는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이공계 인재를 홀대하다가는 중국의 뒤꽁무니만 쫓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
#중국#천인계획#만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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