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보건의료 정책 연계해야[내 생각은/김승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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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5월6일 기준 전 세계 200여국 372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25만여 명이 사망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큰 자연재난이 있었어도 인류 역사에 이번 사태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국경이 봉쇄된 사례는 없었다.

암울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이지만 긍정적 측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적인 활동이 축소되었으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확 줄었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드니 공기가 깨끗해졌다. 이번 전염병을 통해서 인간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 활동이 자연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2월 중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 속에서 나타난 한 단면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더 발생할 수 있으니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팬데믹이 대기오염으로 이미 취약해진 인류의 건강 및 보건에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대기오염이 심각할수록 코로나19 사망률 증가한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기후변화 문제는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폭염, 강한 태풍, 홍수와 같은 재앙들은 더 근본적이고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물 부족, 식량부족 사태 시 세계 경제, 정치 안보에 미치게 될 영향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경제 회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차에 대한 투자 약화도 우려된다. 경기회복에 동원 가능한 모든 재원을 동원하면서 기후변화와 환경을 위한 재원이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벌써 체코는 유럽연합(EU)의 2050 저탄소화 정책 완화를 주장했다. 각 국가가 자국의 경기회복을 우선해 파리 협정에 의거한 2020년까지 모금하기로 한 1000억 달러 조달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 목표 등 글로벌 아젠다를 향한 동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경기 회복과 보건의료 시스템 보완을 우선시 하면서 국제적 정책 우선 순위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향한 노력이 뒤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와 보건의료 연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변화 및 인간과 동물 종간 장벽이 약화되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보건의료 문제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그간 동물에게만 존재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될 위험 가능성이 커졌다.

가공할 만한 코로나19 전염병 사태를 보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공중보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후변화는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망가진 자연의 회복력을 위한 기후 적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기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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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기후변화#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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