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이다. 많은 시에서 마음을 담은 대상으로 꽃이 등장한다. 꽃은 다양한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꽃은 우리의 삶 속에서 기쁨의 자리이든 슬픔의 자리이든 언제나 조용히 그 한편을 지켜왔다. 마음을 전하는 ‘전령’으로, 그리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위로자’로.
꽃은 각각의 모양, 색깔과 향기로 매력을 드러내며,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는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붉은 카네이션은 ‘당신을 존경합니다’, 붉은 장미는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꽃말은 꽃을 주는 이의 의도와 합해져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꽃들이 ‘언어’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잃었다. 졸업식, 입학식과 같은 크고 작은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었고, 꽃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화훼 분야는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화훼 업계의 경제적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제적 피해 못지않게 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 자체가 줄어든 것 또한 아쉬울 따름이다.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민간기업 그리고 소비자까지 다양한 주체가 발 벗고 나섰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을 선물했다. 기업들은 꽃을 구매하며 화훼농가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유명 연예인들도 ‘부케 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해 꽃 소비 확대를 위한 민관의 노력에 힘을 더하고 있다. 화훼농가는 힘을 얻었고, 사람들은 꽃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너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어느 틈엔가 봄은 우리 곁에 함께하고 있다. 봄의 절정을 알리는 5월은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이 특히 많다. 어버이날과 부부의날처럼 가족 간의 유대를 기리거나 성년의날같이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날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날에 사랑하는 이에게 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꽃은 실용성 없는 사치품처럼 인식되면서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꽃이 가진 싱그러움과 향기, 그리고 특별한 의미를 단순한 사치품으로 치환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꽃을 받아든 이는 누구나 행복을 느끼고 웃음꽃을 피운다. 그보다 더 큰 기쁨은 꽃을 전하는 이의 몫이다. 모든 사람을 단번에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꽃이라는 향기로운 언어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해보자. 우리의 삶에 꽃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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