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뛰어놀아야 할 학교가 ‘하지 마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들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될까 걱정입니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A 교사가 6일 전화통화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앞서 교육부는 4일 등교 수업 방안을 발표했다. 중고교는 고학년부터, 초등학교는 저학년부터 시작한다. 이에 따라 20일 초등 1·2학년이 먼저 학교에 간다.
저학년을 먼저 시작한 이유가 있다. 초등 1·2학년은 원격수업 적응이 어렵다 보니 학부모 도움 여부에 따라 교육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현재 학교에서 실시 중인 긴급돌봄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 초등 고학년부터 등교하면 학교 밀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맞벌이인 A 교사도 초1 자녀를 긴급돌봄에 보내는 처지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등교 수업이 우려스럽다. 특히 걱정스러운 건 초1이다. 유치원을 떠나 낯선 공간에 들어선 학생들에게 학교는 우선 즐겁고 재밌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식 습득보다 친구와의 상호작용과 사회성 함양이 중요한 만큼 짝꿍과 앉는 것은 물론이고, 모둠끼리 대화하고 몸을 쓰는 활동이 많다. 그런 과정에서 규칙과 규율을 배운다.
그런데 20일 시작하는 등교 수업은 다르다. 책상의 간격을 최대한 떨어뜨려야 하는 만큼 짝꿍이나 모둠은 있기 어렵다. 서로의 몸이 닿을 수 있는 체육이나 과학실험도 어렵다. 친구와 화장실도 같이 가지 못하고 재잘거리며 함께 급식을 먹지도 못한다. 그 대신 칸막이를 옆에 두고 생활해야 한다.
평소 교사들이라면 모든 게 낯선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천천히 가르친다. 하지만 이번엔 시간이 없다. 초등 3·4년이 등교 수업에 합류하는 27일까지 규칙을 습득하도록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 역시 초긴장이다. 방역 때문에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마스크는 벗지 않고 있는지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자칫 자기 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교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으니 학생들에게 더 엄격해질 수 있다. 서울의 한 초교 B 교사는 “어린 초1 학생들한테 자리에만 앉아 있고 떠들지 말라고 하면 원격수업 때보다 학습 효율이 더 떨어지고, 학교가 무서운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수업은 각각의 교사가 꾸려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초유의 상황이다. 모든 교사가 의문과 두려움을 갖고 나선다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좋은 공간으로 인식될 수 없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논의해 수업 중에 해도 되는 활동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 평소보다 늦게 가는 학교다. 마스크도 쓰고 행동에 제약도 많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첫 학교생활의 출발을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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