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음식, 부모의 사랑[김창기의 음악상담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9일 03시 00분


<96> Boyz II Men의 ‘A Song for Mama’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은 어버이날 노래를 골랐습니다. 이 곡은 ‘솔 푸드’라는 영화의 주제가입니다. 흑인 홀어머니가 혼자 세 딸을 키우며 주말 한 끼는 꼭 가족이 함께한다는 규칙을 지켜서 다음 세대가 가족애를 지킬 수 있는 틀을 마련해준다는 이야기죠. 모범이 됨은 물론,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과 관계, 삶의 의미를 물려준 것입니다. “엄마, 이것만은 꼭 알아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제 영혼의 음식이란 걸”이란 가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 곡의 작곡자 베이비페이스의 고백이기도 하죠.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제 딸입니다. 가장 사랑하기에 딸의 말 한마디 약간의 감정의 변화에도 긴장하게 되니까요. 아내도 사랑해서 무섭지만 서열에서 밀렸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해주시는 분이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저도 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사랑은 역시 내리사랑이더군요.

제게 가장 큰 축복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이 부모님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제 존경에 세상의 잣대는 소용없죠. 요즘 제가 부모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는 이유는 아름다운 노화의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와 현명한 적응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시기 때문이죠.

먼저, 신, 혹은 우주의 섭리를 잘 받아들이십니다. 서두른다고 해서 계절이 빨라지지 않듯 헛된 노력으로 시간을 멈추려 하지 않고 순리를 받아들이십니다. 삶의 늦가을 혹은 초겨울을 만끽하고 계시죠. 다음은 삶의 중요 순위를 잘 지키십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경험과 배움도 중요하지만, 가족들과 사랑과 배려를 주고받고 일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죠. 친밀한 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데, 부모님은 전화를 잘 사용하십니다. 자존심을 지키려고 말 못 하고 끙끙거리지 않으시고, 부담이 되지 않게 생각과 감정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해주시죠. 퀴즈가 없으니 마음이 편하고, 설교가 아니라 유머를 사용하시니 귀 기울이게 됩니다.

사회적인 기여도를 유지하십니다. 최근까지 야학에서 봉사도 하셨죠. 돌봄을 요구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잘 보살피고, 신체적인 건강의 한계 속에서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시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해결하십니다. 아직도 늘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계시죠. 품위 있는 노화의 본보기입니다. 제 부모님이라 미화된 면도 있겠지만, 제 마지막 소원은 직접 목격한 부모님의 현명하고 품위 있는 노화 과정을 배워서 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매우 힘든 일이 있었을 때 퇴근 후 무작정 제주도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갔습니다. 어머니와 밥을 먹고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고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서울로 돌아왔죠. 그런데 다시 힘이 생기더군요. 역시 부모님의 사랑은 영혼의 음식입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oyz ii men#a song for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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