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감시초소(GP) 총격 직후 우리 군이 K-6 중기관총으로 대응하려 했으나 원격사격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군은 일단 K-3 경기관총으로 대응 사격한 뒤 다른 K-6를 수동으로 조작해 추가 대응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어제 K-6 고장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합참 차원의 확인·평가를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군 당국은 GP 총격사건이 발생한 3일 브리핑에서 “의도적 도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오발 가능성에 무게를 둬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군은 “10여 발씩 2회에 걸쳐 현장 지휘관이 순전히 판단해 매뉴얼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히 잘 대응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랬던 군의 대응이 며칠 지나지 않아 은폐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최초 대응사격이 현장 지휘관인 GP장의 판단이 아니라 사단장 명령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군은 입을 다물었다. 이번 K-6 고장에 대해서도 “평가를 진행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군이 처음부터 우발적 총격에 무게를 둔 것도 이런 허술한 대응을 호도하기 위한 것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K-6 원격사격체계는 북한 고사총에 맞서 우리 장병의 안전을 지키며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구축한 원격조종 무기체계지만 정작 유사시엔 무용지물이었다. 배치 5년이 됐지만 제대로 점검이나 정비가 이뤄졌는지, 무기체계 자체엔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도 우리 군의 K-9 자주포 일부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최전방의 고장 난 기관총은 군의 기강 해이와 겹쳐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부대 경계가 잇달아 뚫려 민간인의 놀이터가 되고 카카오톡에 암구호가 흘러 다니는가 하면 최근엔 군 간부가 숙소 대기 지침을 어기고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번번이 군 수뇌부가 나서 사과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철저한 각성과 문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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