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난 호밀을 모두 눕히니 한쪽 길이 훤해졌다. 이제 어린 포도나무는 북풍을 가려주는 뒤쪽 호밀에 기대어 햇빛을 한껏 받으며 자랄 것이다. 농사가 힘들다고 하지만 호밀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 게으른 농부도 자꾸 밭에 가고 싶어진다. 밟아서 눕힐 때 나는 소리도 좋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치는 풍경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호밀 싹을 먹고 자란 복숭아 농부의 개도 이 풍경을 보면 굉장히 듣기 좋은 소리로 멍멍 짖어댄다. 호밀 시를 읊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한 달 후면 호밀을 수확해야 할 것 같다. 내년에 뿌릴 씨앗을 남겨두고 호밀빵 두어 개 구워 먹을 정도라도 나오면 좋겠다.
※ 프랑스인 남편 도미니크 에어케(레돔) 씨와 충북 충주에서 사과와 포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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