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극장가 최악 치닫지 않길[현장에서/이서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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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달 말 다시 영업을 시작한 한 멀티플렉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달 말 다시 영업을 시작한 한 멀티플렉스. 뉴시스
이서현 문화부 기자
이서현 문화부 기자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나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과 영화계는 2월부터 암흑기를 겪는 중이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직후 벌어진 극명한 대비다.

극장 일일 관객 수는 1만 명대로 2004년 관객 수를 전산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극장 지점들은 영업을 중단했고 급기야 CGV와 메가박스는 전체 지점의 약 30%를 폐쇄했다. 임직원들은 번갈아 휴직에 돌입했다. 돈이 돌지 않으니 영화 제작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제작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컸다. 코로나19는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를 뒤흔들었다.

극장들은 여러 고육책을 냈다. 관객은 체온을 잰 뒤 상영관에 입장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좌석도 거리를 두고 배정했다.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영화표를 살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인들은 긴급 지원 방안을 논의해 이달 말부터 극장 할인권을 지원하는 사업과 독립예술영화관의 기획전을 지원하는 사업 등을 확정했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의 비중은 약 80%다. 극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영화계 전체가 고사하는 것은 막자는 복안이었다.

5월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극장 관객이 소폭 증가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다소 완화됐다.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도 개봉 일정을 속속 확정하기 시작했다. 소설 ‘아몬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손원평 감독의 스릴러 ‘침입자’가 21일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혜선 배종옥이 출연하는 ‘결백’(27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초미의 관심사’(27일)도 극장에 걸리게 됐다. 5월 말 신작 개봉을 확정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에 가고 싶어도 볼 신작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누군가는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영화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일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다시 극장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어렵사리 개봉일을 확정하고 마케팅 준비에 돌입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공든 탑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듯 방역수칙을 지키는 상황에서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불러온 파장은 크다. 극장 티켓 한 장에는 배급사와 제작사, 홍보사, 투자사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산업의 위기로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버티지 못하면 한 단계 비상하려던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부디 이런 시나리오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서현 문화부 기자 baltika7@donga.com
#코로나19#극장가#관객#영화관#극장#영업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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