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종부세 부과기준이 정해진 뒤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부과 기준을 조정하면 종부세를 무력화하지 않으면서도 1주택자를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4·15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종부세와 관련해 “뾰족한 소득도 없는 분들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온당치 않고 완화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종부세 부과 하한선인 ‘공시지가 9억 원’ 기준은 2009년에 만들어졌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4억7000만 원에서 9억2000만 원으로 두 배가 됐지만 ‘고가주택’ 기준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4.8%나 상향 조정됐다. 그 바람에 최상위 1∼2%의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해 도입된 종부세를 서울 전체 아파트 소유자의 11% 이상, 강남 3구 아파트의 40% 이상이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1주택자 종부세율을 0.1∼0.3%포인트 높여 최고세율을 3.0%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국회에 가 있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부과기준을 높이는 데에 정부여당이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건 조세 저항을 줄이고 세제의 정합성을 높인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1주택자 중 장기간 실거주한 분들에 대한 부담 경감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당정은 이 사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대출받아 집 한 채 장만한 사람들, 소득 없는 1주택 은퇴자들에게 무리한 종부세 부담을 지우는 건 전체 경제 활력에도 도움이 안 된다. ‘공시가격 12억 원으로 기준 인상’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래통합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1주택자 세율 인상안은 폐기하는 게 좋다. 올해 종부세가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21대 국회 출범 직후 정부와 여야가 진지하게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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