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이른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조 전 장관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논평하게 했다. 10일 방영된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최 당선자는 가족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 의혹을 다룬 지난해 언론보도들에 대해 “과거보다 영향력이 떨어진 언론이 ‘누가 더 센지 보여주겠어’라면서 일종의 분풀이 저널리즘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최 당선자 주장의 황당함과 별개로 그에게 ‘조국 보도 비평’을 맡긴 KBS의 결정은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 사안에 관련된 사람은 출연할 수 없다’는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 규정’ 위반 여부도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KBS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조국 사태 당시 보도 주무였던 전직 사회부장은 게시판에 “사건 일부 관여자로 기소됐고 누가 보더라도 최측근인 사람을 불러서 당시 보도를 평가하게 한다는 것은 저널리즘 비평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KBS노동조합(1노조)도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사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KBS 제작진은 최 당선자가 총선에서 언론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어 섭외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방송 중 그를 ‘언론개혁 최강 스피커’로 소개했다. 최 당선자는 비례대표 당선 후 검찰과 언론을 겨냥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했다. 방송 비평에서 요구되는 공정성과 균형감을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제작진도 몰랐을 리 없다. 형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을 방송에서 공개 비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KBS가 극단적 이념편향세력의 대변자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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