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이동제한, 상점폐쇄 조치를 취했다. 16일 봉쇄령 시행 직전 “오늘 실컷 마셔두자”며 시민들이 주점에 몰리자 이례적으로 자국민을 비난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경기 회복을 위해 봉쇄 조치 약 두 달 만인 11일(현지 시간)부터 단계적 완화를 시행했다. 이날 파리 시내 상점은 문을 열었고 학교도 개학했다. 아침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그 대신 방역 차원에서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특히 출퇴근 러시아워에는 고용주 승인을 받은 정부 대중교통이용인증문서를 지참하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두 달 전 기억 탓에 정부는 물론이고 프랑스 시민들 스스로조차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우리가 얼마나 잘 지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기자는 이날 오전 8∼9시 출근 시간, 오후 6∼7시 퇴근 시간에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 3개 노선, 22개가량의 역을 오가며 내부를 관찰했다. 탑승 후 40분간 객실 내 마스크 착용은 물론 좌석 2개당 1명 앉기 등 거리 두기가 철저하게 지켜졌다. 파리시청, 에펠탑 앞 등 중심가에서도 행인의 절반 정도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지막 취재장소인 샹젤리제 거리 내 지하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역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 3명이 지하철을 타려는 기자를 막고 대중교통허가문서를 지참했는지 검문했다. 이때까지는 ‘프랑스 사회도 이제 변했구나’란 안도가 컸다. 그러나 안도감은 금세 사라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해당 지하철역 입구에서 불과 20m가량 떨어진 또 다른 입구로 가보니 검문하는 경찰이 한 명도 없었다. 3명의 인원을 나눠서 검문해도 됐을 텐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주로 이 입구를 통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한 시민에게 묻자 “경찰이 보이면 그냥 피하면 그만”이라고 답했다.
다시 지하철에 탑승해 살펴보니 객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점차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1, 2명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스크는 썼지만 턱 밑으로 내리고 1m 이내로 붙어서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도 보였다.
물론 11일은 봉쇄령 해제 첫날이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검문도 완벽할 순 없다. 대중교통을 타는 시민도 많진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파리 시내 방역 상황은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굳이 한국 이태원 클럽 사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점은 지났다’는 안도감은 2차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내 코로나 사망자만 이미 2만6000명(12일 기준)이다. “개미구멍 하나가 큰 둑을 무너뜨린다”는 점을 프랑스 사회, 나아가 전 세계가 상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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