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또다시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에 대한 한국의 속도감 있는 대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이태원 집단 감염을 보도하며 “한국에서 배울 점은 철저한 검사와 정보기술(IT) 활용, 국민에 대한 정중한 설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방역 사령탑 역할을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매일 TV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전문가의 냉정하고 객관적 설명으로 대정부 신뢰를 높였다고 전했다.
또 방역 당국이 약 2주에 걸쳐 4만6000건의 바이러스 검사를 신속하게 실시하고, 휴대전화 기지국 통신기록을 분석해 이태원 클럽 주위에 있던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권 배려 및 개인정보 보호는 과제라고 꼽았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은 일본 처지에서 보면 ‘미러클’ 그 자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코로나19 검사 건수를 늘리겠다. 하루 2만 건 검사 체제를 갖추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인구 10만 명당 검사 건수는 한국이 1400여 건인 반면 일본은 200여 건에 불과하다. 일본인들은 “아파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15일 열린 한중일 보건장관 화상회의에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최근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억제돼 있다. 앞으로 출구 전략의 시행이 중요해질 것이므로 한국과 중국이 양국의 경험을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 방송인 오구라 도모아키(小倉智昭·73) 씨는 “한국에 머리를 숙여 코로나19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일본 온라인에 혐한(嫌韓) 글들이 넘쳐났지만 요즘은 한국 방역에 대해 평가하는 글이 많다.
아직 한일 간 의료장비 지원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인해 양국에 대한 국민적 앙금이 남아 있어 섣불리 정부가 나서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가 풀리는 것도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요미우리신문은 17일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비즈니스 목적으로 입국할 때 입국제한을 완화하자’고 타진하고 있지만 일본은 신중하다”고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도 15일 기자회견에서 “먼저 일본에서의 감염 확대 수습이 필요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최근 한일 관계에 관여하는 정치인, 학자들을 만나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양국이 역사 갈등을 넘어 협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기 때 기회도 생긴다. 한일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한발 물러선다면 ‘코로나 협력’의 물꼬는 의외로 쉽게 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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