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오늘로 예정됐던 해상 사격훈련을 날씨를 이유로 연기했다. 북한의 동해안 무력도발을 가정한 이번 육해공 합동 사격훈련은 비공개로 추진됐지만 기상 악화 탓에 내달로 미뤘다고 군은 밝혔다. 이를 두고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는 어제 “군의 정상적 의사결정을 마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처럼 왜곡·과장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 연기가 기상 여건을 감안한 정상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맞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왜 그런 해석이 나왔는지, 최근 정부의 대북 관계개선 드라이브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군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작년 남북, 북-미관계 진전과 함께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사실상 폐지 또는 축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이번 훈련 연기가 최근 해·공군의 서해 합동훈련에 대한 북한 반발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방일보가 서해 훈련을 보도한 직후 북한이 공식 반발하자 육해공군 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가 군을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국방부는 밝혔지만, 예정에 없던 회의 소집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니 이후 내려진 동해안 훈련 연기 결정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훈련은 육해공군이 포병전력과 공격헬기, 전투함, 전투기를 동원해 해상 목표물을 실사격하는 훈련으로 원래 강원 고성에서 하던 것이지만 경북 울진으로 바뀌었다. 북한이 반발한 서해 훈련과 마찬가지로 9·19 군사합의에도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그 훈련 자체를 쉬쉬했다.
각종 훈련이 사라지면서 군의 대비태세마저 약화될 대로 약화돼 ‘싸우는 군대’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주 전방사단에서 박격포 사격훈련 중 포탄이 탄착지에서 1km 이상 벗어나 떨어지는 오발사고가 일어났다. 북한군 총격 당시 우리 군의 K-6 중기관총이 고장 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최근 각종 군기문란 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도 훈련 없이 느슨해진 군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 아닌지 따져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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