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우승하면 마이클 조던이 한국에 올까[광화문에서/이헌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1일 03시 00분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NC)는 조용한 곳이다. 평온하며 파란 하늘이 있는 곳 정도의 이미지다. 하지만 농구로 화제를 돌리면 할 말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을 배출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조던은 어릴 적 NC 윌밍턴에서 자랐고, 채플힐의 노스캐롤라이나대(UNC)를 졸업했다.

NC에는 유독 농구 명문 대학이 많다. UNC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웨이크포리스트대 등은 ‘March Madness’(3월의 광란)의 단골손님들이다. 이 중 조던의 UNC는 7차례나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정상에 올랐다.

조던의 모교 사랑은 유명하다. 모교가 큰 경기에서 지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곤 한다. 졸업한 지 30년도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된다. UNC의 안방경기에서 브레이크 타임이 되면 역대 UNC 졸업생들의 짧은 응원 메시지가 상영된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건 역시 조던이다. 결정적인 점수가 필요할 때 전광판에 등장한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I‘m Tar Heel(나는 타르 힐입니다).”

타르 힐은 좁게는 UNC 재학생 및 졸업생을, 넓게는 NC 사람을 의미하는 별칭이다. ‘농구의 신’이 던진 이 말에 상대 팀은 기가 죽는다. 시카고를 6차례나 미국프로농구(NBA) 정상에 올려놨던 조던은 현재 NC 샬럿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NC 주민인 조던은 요즘 ESPN을 통해 미국에 생중계되고 있는 KBO리그를 알고 있을까. 직접 확인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유추할 수 있다. 조던은 ‘야구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농구 선수로 잘나가던 조던은 1993년 가을 은퇴를 선언했다. 강도 사고로 사망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서였다. 이듬해 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그는 더블A에서 한 시즌을 뛰면서 타율 0.202, 3홈런, 51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30개의 도루를 기록했지만, 외야수로서는 형편없는 11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결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1995년 다시 농구로 돌아와 시카고를 생애 두 번째 3연패로 이끌었다.

요즘 NC 다이노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팀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약칭이 NC라는 이유에서다. ESPN 해설자들은 NC를 ‘아메리칸 팀’이라고 칭한다. NC에 머물고 있는 한 유학생은 “열풍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은 NC다”라고 전했다. 선수 중에는 나성범과 양의지가 유명하단다. 로이 쿠퍼 주지사 역시 NC 야구단의 트위터를 팔로잉하고 있다. 자기 주에는 없는 메이저리그 팀 대신 NC를 응원하는 것이다.

관심에 걸맞게 NC는 역대 최고의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20일 현재 10개 구단 중 1위다.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1990년대 말 한 스포츠신문은 창간호 1면에 ‘조던, 한국 온다’라는 ‘단독’ 기사를 실었다. 20년 넘게 조던은 한국 땅을 밟지 않았으니 현재까진 오보다. 만약 NC가 올해 우승한다면 그를 축하 행사에 초청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성사된다면 조던이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I’m NC(나는 NC입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nc 다이노스#마이클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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