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원격수업[카디르의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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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학과 교수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학과 교수
오늘은 교수로서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과 관련해 쓰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생의 배움과 건강 가운데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이 한 가지 고려할 점을 추가하고 싶다. 나는 코로나 전문가가 아니며 이번 글은 일반 시민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쓴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면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첫째, 코로나19 시기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하고 위기 관리가 잘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보낸다는 사실이다. 둘째, 직업상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밖으로 나갈 필요가 많이 없다. 강의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하고, 연구도 집에서 하고, 회의도 주로 영상으로 하고 있다.

대다수의 다른 직업은 그러지 못한다. 특히 지난 4개월 동안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의료진, 위험 속에서 일을 계속했던 택배 노동자, 공장 등에서 일을 계속해야 했던 노동자분들, 위기 관리를 위해 열심히 뛴 공무원, 그리고 수많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택근무가 안 되고 출퇴근해야 했던 분들, 모두에게 아무리 고맙다고 해도 부족하다. 나는 이 기간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를 위해 잠깐 나갈 때도 두려웠고, 그때마다 이렇게 고생하는 분들 생각이 들었고 고마움을 느꼈다.

대학은 대부분 3월 중순부터 원격수업을 시작했고, 대부분이 아직도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안전 조치를 마련하고 조건부로 일부 강의를 대면수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원격수업은 교수나 학생 모두 많이 힘들었다. 모든 것을 떠나 삶에서 한 번 정도 당할 엄청난 위기 속에서 누구든 정상적으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은 어렵다. 교수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웠고 원격수업을 잘하려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은 불완전한 환경에서도 배우려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원격수업이 대면수업만큼 되지는 못한다. 교수가 학생 얼굴을 보면서 가르치는 것은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학생으로서도 교수와 직접 교류하는 것은 배움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기술적으로 똑같이 원격수업을 온전히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나는 이번 학기 개강하기 전에 학생들의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컴퓨터가 없거나 가정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서로를 배려하자고 했다. 이번 학기 동안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학생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프지 않은 것이 나한테 우선이라고 거의 매주 이야기한다.

그래서 딜레마가 생긴다.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는 대면수업이 가장 좋다. 원격수업은 아무리 잘해도 학생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교류도 부족하기 때문에 대면수업만큼 효과를 못 낸다. 그렇지만 대면수업을 바로 시작하면 감염 가능성도 있고, 감염 걱정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우리 대학은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강의는 이번 학기 말까지 원격수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내 강의의 학생 수가 적어 대면수업을 해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조금 두렵기도 하다. 나도 위험하고 학생들도 위험할 수 있다.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코로나 전문가가 아니다. 물론 정부 관계자나 대학 관계자들도 연구와 평가를 제대로 하고 안전 조치를 마련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이미 반 이상이 지났다. 이번 학기 말까지 학생들이 배우거나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원격수업으로 진행된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덧붙이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취업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시기가 아닌 만큼 평가를 원래대로 진행하기는 무리다. 외국의 많은 대학은 이번 학기 점수를 합격 또는 불합격으로만 구분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만 한국 대학들도 상대평가를 보류하면 어떨까 한다.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학과 교수
#원격수업#코로나19#상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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