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 타이슨(54·미국)의 복귀 여부가 세계 복싱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86년 20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던 그는 통산 50승(44KO) 6패를 기록한 뒤 2005년 은퇴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던 그는 한때 8000억 원이 넘는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탕진했고 성폭행으로 3년간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그는 현재 의료용 대마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슨의 복귀 여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 그가 자신의 훈련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부터다. 이 영상 속에서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빠른 몸놀림과 강한 펀치력을 보여준 뒤 “내가 돌아왔다”고 외쳤다. 타이슨 복귀전의 가장 유력한 상대로는 그와 1996, 1997년 두 차례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타이틀매치를 벌였던 에반더 홀리필드(58·미국)가 꼽힌다. 홀리필드도 최근 타이슨 측과 대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슨은 홀리필드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했고 특히 1997년 대결에서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핵이빨’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런 두 사람의 ‘3차 대결’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그러나 두 선수의 대결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곱지는 않다. 두 선수의 나이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도 경기 도중 얼굴을 제대로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게 복싱이다. 50대 중후반인 타이슨과 홀리필드가 맞붙을 경우 경기 중 불상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때문에 두 선수의 대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그 위험을 잘 알고 있는 관련자들 사이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 격투기 단체인 UFC 대표이자 타이슨의 친구인 데이나 화이트(51·미국)는 “타이슨이 제발 복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 WBA,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기구(WBO), 국제복싱기구(IBO) 헤비급 통합 챔피언인 앤서니 조슈아(31·영국)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프로모터 에디 헌(41·영국)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타이슨 복귀 관련 일을 맡아 달라는 연락이 왔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타이슨 나이의 선수를 링 위에 올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도덕적이지 않다”고 했다.
28세에 은퇴했다 38세에 복귀했던 조지 포먼(71·미국)이 1994년 45세의 나이에 다시 WBA, IBF 통합 챔피언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은퇴 후 복귀했던 대부분의 선수들은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크니션으로 꼽혔던 전 WBC 슈퍼미들급 챔피언 슈거 레이 레너드(64·미국)도 40세의 나이에 복귀했다 처절한 KO패를 당했고, 링 위의 영원한 전설 무하마드 알리도 1979년 은퇴했다가 40세인 1980년 복귀전에서 래리 홈스(71·미국)에게 무참히 TKO패를 당했다. 2016년 사망한 알리는 평생 파킨슨병을 앓았는데 이때 홈스에게 맞은 강펀치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타이슨은 링을 떠난 지 15년, 홀리필드는 9년이 됐다. 전성기를 한참 지난 두 선수가 복귀하려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유명했던 두 선수의 재대결에는 거액의 파이트머니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홀리필드 역시 타이슨과 마찬가지로 천문학적 돈을 벌었지만 사업 실패 등으로 파산한 뒤 몹시 곤궁하게 지내고 있다.
두 선수의 대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선수를 위험에 내몰면서까지 경기를 치러야 하나”라고 묻는다. 다른 쪽에서는 “경기를 치르고 말고는 선수의 자유일 뿐”이라고 말한다.
타이슨과 홀리필드의 대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대체로 돈과 흥미를 앞세우면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지, 해도 된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결국 이 논쟁의 기준은 선수 안전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되어야 한다. ‘지켜야 할 선’의 기준은 바로 선수 안전인 것이다. 두 선수의 대결을 실제로 추진하려면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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