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6월,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정부가 오랫동안 끌어온 베트남전이 국민을 우롱한 사기였음을 폭로한다. 참전하게 된 계기도 조작이었고, 승산이 없는 싸움임을 잘 알면서도 패전의 오명이 싫어서 청년들을 죽음의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기사는 국방부의 내부고발자로부터 유출된 국가 최고 기밀이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뉴욕타임스가 국가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며 법원으로부터 보도 금지 명령을 받아낸다. 뉴욕타임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는 손발이 묶인 뉴욕타임스를 대신해 후속 기사를 내려 하지만 경영진들이 만류한다. 투자가 끊기고, 방송국 면허가 취소되고, 신문사는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거라며.
“우리는 이제 정권과 싸운다. 재정적 위기가 닥치겠지만 14층 사옥을 1층부터 차례로 팔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결의를 다졌던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는다. 하지만 영화는 일등공신인 뉴욕타임스가 아닌 워싱턴포스트를 다룬다. 정부가 보도 금지법을 발동시켰는데도 과감히 후속 기사를 낸 워싱턴포스트는 몇 갑절의 괘씸죄에 해당되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편집국장 벤은 무모한 전쟁을 멈출 수만 있다면 감옥에 가도 괜찮다며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을 설득한다. 기사를 내지 않으면 사표를 쓰겠다는 기자들에게 힘입어 캐서린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언론의 본분을 실천한다. 기사의 여파로 정부를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대법원은 ‘언론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한다’며 두 신문사의 손을 들어준다.
우리에게도 벤이나 캐서린 같은 언론인이 있을까? 그럴 거다. 단지, 지금은 깊은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정권의 세력이 커질수록 언론이 각을 세우고 견제해야 한다. 힘에 눌려 눈치를 보는 건 사회의 등불인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가 닉슨을 두려워하면 이번에도, 다음에도 계속 닉슨이 우리를 이길 거라며 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영화는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에 일어난 워터게이트 사건을 맛보기로 소개하며 끝난다.
만약 벤이 닉슨을 두려워했다면, 캐서린이 회사의 안위부터 챙겼다면 대선 직전에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완벽히 묻혔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폭로한 닉슨의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은 거짓 뉴스로 매도당하고, 닉슨은 재선에서 엄청난 압승을 거둔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닉슨의 거짓과 위선을 드러냈고, 닉슨은 미국인들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정의로운 기자들이 없었다면 닉슨은 높은 지지율을 임기 내내 이어간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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