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을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오늘 2차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할머니의 문제 제기 이후 2주 넘게 쏟아져 나온 윤미향 정의연 전 이사장(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과 정의연 운영 관련 의혹은 불투명한 회계 관리 차원을 넘어 검찰 수사로 범죄 여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윤 당선자가 운영해온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과 국가지원금이 올바로 집행됐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도 윤 당선자와 여권 일각에서는 이 할머니의 폭로 의도를 폄훼하고, 의혹 제기를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려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22일 당 최고위원회에 제출한 ‘윤미향 당선인 관련 1차 정리’ 보고서는 이 할머니를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라고 표현했다. 또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공천에 탈락한 옛 새누리당 관련 인사와 친박근혜계 인물이 지원했다는 주장을 펴 마치 이 할머니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세력에 영향을 받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윤 당선자도 사태 초기 방송에서 비례대표에 떨어져 앙심을 가진 인물이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날 회의에서 박광온 최고위원은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걸리는 틈을 타 역사 왜곡을 시도하는 반역사적 행태가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의 폭로와 기자회견 뒤에 부도덕한 동기가 숨어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행태다.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드러난 정의연 관련 의혹은 언젠가는 반드시 엄정하게 검증했어야 할 문제들이다. 정의연과 정대협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 국세청 공시 누락 금액은 37억여 원에 이르고, 경기 안성 쉼터는 시세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피해자 기림비 명단에서 윤 당선자에 대해 비판적인 할머니들의 이름이 빠지는 등 위안부 운동이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연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에 관한 것인 동시에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 시민운동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냉철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사안을 호도하거나 정치공세로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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