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밝힌 ‘새로운 방침’의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이를 통해 핵 도발 재개 위협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간 북한이 ‘고도의 격동 상태’를 언급한 대상은 ‘인민군대’나 ‘혁명무력’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전략무력’, 즉 핵·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라고 콕 집어 말했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고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핵·미사일을 언제든 곧바로 쏠 수 있게 조준·장전 상태로 가동하는 지침을 내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하는 한편 ‘포병의 타격 능력을 높이는 중대조치’를 통해 한국도 함께 조준했다. 이런 대외 협박 의도는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인사인 리병철과 포병사령관 출신 박정천을 나란히 승진시킨 군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미사일과 함께 초대형 방사포 같은 단거리 전술무기까지 과시하면서 전방위 대미, 대남 도발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최근 미중 간 갈등은 전례 없는 수위로 치닫고 있다. 그런 대결과 분열의 시기를 북한은 늘 존재감을 과시하는 기회로 이용해 왔다. 대외 협박과 도발로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파국 직전에 극적인 협상에 들어가는 식의 오래된 레코드판을 다시 돌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어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한 5·24대북조치 시행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정부는 5·24조치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적극적인 남북 교류·협력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은 그런 대북 손짓에 호응하기는커녕 더 큰 대외 협박으로 응수했다. 지금 김정은에겐 언제 어떻게든 도발 기회를 노리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런 북한에 정부는 경고 한마디 없이 유화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이런 태도가 김정은의 오산과 착각만 키우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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