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난처하던 기억이 난다. 이 황당한 질문이 정말이지 싫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내 편’ 혹은 ‘네 편’만 존재한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그르다고 생각한다. 젠더, 세대, 이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극단적 이분법 사고에 매몰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중용의 문화는 사라지고 점점 극단화하는 성향을 띠고 있으며, 네 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화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사고는 다양한 의견과 다원성을 지닌 사회를 인정하지 않아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도 두 가지 가능성에 한정해 사고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편이 절대선이고 다른 한편은 절대악인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진지한 고민 없이 어느 한쪽에 서서 나는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어리석고 무의미한 질문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김은경 서울 동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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