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이 퍼졌던 4월 우리는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리게 됐다. 김정은이 갑자기 죽을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현재 북한 권력을 계승할 사람이 김여정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성우월주의 관념이 팽배한 사실상의 유교 국가 북한에서, 업적과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여정이 과연 권력을 오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선 당연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 의문에 해답을 찾으려면 후계 1순위 김여정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김여정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세력의 후원을 받는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남편은 누구인지 등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김여정이 1987년생으로 김정은보다 세 살 어리며 어린 시절 오빠들과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1990년대 이야기일 뿐 스위스에서 돌아온 그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 10년 동안 김여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보를 모아왔다. 그중에는 김여정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김일성종합대 법률대학 특설반을 다녔다는 정보도 있다.
특설반은 정규 코스가 아닌 특별히 만든 학급을 의미한다. 정보에 따르면 원래 김일성대 법률대학엔 특설반이란 것이 없다. 유일하게 김여정을 위해 만들었다가 없앴다고 한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특설반은 약 20명의 젊은 여성들로 구성됐다. 북한에서 여학생들이 입는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녔는데 항상 우르르 함께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법률대학이 있는 김일성대 22층짜리 2호 청사는 내가 6년 동안 공부했던 건물이라 내부가 훤하다. 건물 안에는 여성 운전공이 늘 타고 있는 교수용 엘리베이터도 몇 대 있다.
특설반 학생들은 항상 교수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그들이 우르르 단체로 오면 운전공이 이미 타고 있던 머리 허연 교수들에게 “미안합니다. 다른 것 타셔야겠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교수들도 눈치가 있으니 아무 말 없이 내리고, 20대 아가씨들이 거리낌 없이 그 엘리베이터에 탔다고 한다. 아마 그들 중에 김여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여성들은 김여정의 신분을 감추는 역할을 하다가 지금은 보좌진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평양 장철구상업대에 경제학 특설반이 생겨났다. 이 역시 20대 여성 20여 명으로 반이 구성됐는데, 버스를 타고 함께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정보를 종합하면 엄선된 김여정 또래 여성 40여 명이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김일성대에서 법률을 배우고, 한 팀은 경제를 배웠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지금 이렇게 체계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 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 그룹의 보좌를 받을 수도 있다.
이들 여성은 김여정을 대신해 전국을 돌며 현실을 보고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정책 작성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김여정은 법률대학 특설반에 입학했다는 2009년에 만 22세였다. 북한에선 만 18세에 대학에 간다. 김여정이 특설반 이전에 국내 또는 해외에서 다른 대학을 다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김여정의 남편에 대해서도 추측이 난무한다. 평범한 군인 또는 경호원 출신이라는 설들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김여정의 대학생활마저 철저히 관리하며 다니게 했다면 그런 그를 배우지 못한 평범한 군인에게 시집보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같은 시기 김일성대 법률대학을 다녔던 사람에게서 흘러나온 말에 따르면, 김여정은 대학 재학 시절 연애하던 남성이 있었다고 한다. 법률대학에 다니는 얼굴이 칼칼하게(날카롭게) 생긴 제대군인이며 김여정이 집에 데리고 가 인사시켰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지금 남편인지는 알 수 없고, 나아가 김여정이 대학 때 연애한 사실이 있었는지도 확신은 할 수 없다. 2018년 김여정이 서울에 왔을 때 임신했다는 추정도 있었지만 사실로 확정되진 않았다.
김여정의 파워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오빠를 보좌하던 역할에서 이제는 북한의 핵심실세 조직인 조직지도부마저 거머쥐고 공동 통치를 하는 단계까지 이른 듯 보인다. 2일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선 오빠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현지 시찰에 나선 김정은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질수록 우리는 김여정에게도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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