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겠다 경제살릴 공약’ 이슈부재 총선 문제점 제대로 짚어[독자위원회 좌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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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잠적 소동’ 정부 입장 중심으로 균형 있게 보도
포스트 코로나 시의성 있는 기획, 기사-칼럼 불일치 아쉬워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최영해 심의연구팀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성태윤 이준웅 부형권 위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최영해 심의연구팀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성태윤 이준웅 부형권 위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15총선에서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수그러들면서 초중고교는 뒤늦게 개학했지만 다시 지역감염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하면서 경제에 큰 충격파를 예고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5일 4·15총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파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잠적 등의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
먼저 국회의원 선거 관련 기사를 볼까요.

이준웅 위원=이슈가 실종된 선거에서 4월 10일자 A1면의 ‘못 찾겠습니다. 경제 살릴 공약’ 기사는 이슈 중심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한 기사였습니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로 동아일보만 봐서는 지역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누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판세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 것도 유권자에 대한 좋은 서비스가 아니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론조사 공표 금지라는 엄격한 제도로 유권자들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근본적 문제이기는 합니다.

성태윤 위원=저도 ‘못 찾겠습니다. 경제 살릴 공약’ 기사가 좋았습니다. 경제와 관련해서 공약이 실종됐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팩트였기 때문입니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국민들이 선택할 때 도와주지 못한 것을 짚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최은봉 위원=3월 17일자 A2면의 ‘이낙연 55.3% vs 황교안 30.6%…李-교통, 黃-교육 공약에 초점’ 기사부터 시작한 총선 여론조사와 우리 동네 이슈맵을 함께 보여주는 보도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지역친화적인 스토리텔링 기사여서 독자들이 관심 있게 읽도록 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4월 14일자 A6면의 ‘비례당 꼼수, 공천 갈등, 막말 파동…총선 드라마 결정적 장면’ 기사는 선거 전날 종합적인 기사로서 시점과 내용 모두 좋았습니다. 그러나 4월 17일자 A6면의 ‘여성 지역구 당선자, 민주당 20명-통합당 8명-정의당 1명’ 기사는 심층적으로 다뤄야 할 내용인데 숫자만 제시하는 데 그쳐 아쉬웠습니다.

이은경 위원=5월 25일자 A6면의 “‘김종인 비대위’에 외부 인사-청년 합류…좌파 정책도 수용할 듯” 기사에서 좌파 정책보다는 정책 방향이라는 표현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독일 기민당을 예로 들면서 저소득층 지원금 확대, 출산 여성 연금 확대 등을 좌파 정책이라고 규정했는데 저소득층 지원과 양극화 해소 등은 좌파, 우파로 양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용어 선택에 신중했으면 합니다.

류재천 위원=4월 16일자 A3면의 ‘與, 코로나 발 빠른 대응에 지지율 반등…민주화 이후 첫 4연승’ 기사에서도 발 빠른 대응에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것보다는 기사 내용에 있듯이 코로나 국난 극복에 민심이 힘을 실어준 것을 제목으로 뽑는 것이 적절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4월 2일자 A1면의 ‘“130석” vs “130석”’ 기사는 공식 선거가 시작되는 날 여론조사 통계를 인용하지 않고 각 당의 희망 의석수를 보도해 독자들이 평평한 상태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제목은 공정한 보도로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4월 3일자 A1면의 ‘꼼수 비례정당 꼼수 선거운동’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데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책임도 크지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제도 개혁에 신중을 기하지 못하고 결과 창출에만 열을 쏟았던 집권 여당의 책임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그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하는데 양비론적인 보도는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4월 7일자 A33면의 ‘유권자가 심판해야 할 꼼수정치’ 칼럼은 정치권의 타락에 대한 질책과 이를 응징해야 할 주권자들의 역할을 강조한 좋은 기사였습니다.

이은경 위원=김정은 국무위원장 잠적과 관련해 5월 2일자 A1면의 ‘잠적 20일…北도 美도 심상찮다’ 기사는 과거 김 위원장의 장기 잠적 사례를 통해 현재 잠적 상태의 중대성을 가늠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다른 기사들과 차별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4월 29일자 A31면의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자 인터뷰 기사에서 태 당선자의 발언 취지는 건강 이상을 확신한다는 것이 아니었는데, 제목은 ‘“김정은, 제 발로 서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상태”’로 너무 단정적으로 쓴 듯합니다. 또 상황을 파헤쳐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태 당선자의 말처럼 국내 정보 여건상 이를 확인할 능력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짚어줬어야 했습니다.

이준웅 위원=남북문제에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나라가 정보의 발신자가 돼 우리 정부의 말이 가장 믿을 만한 정보이고 우리 정부에서 나온 정보가 뉴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일보는 처음부터 정부 쪽의 의견을 많이 들어 김정은의 건강이 위중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보도로 이런 점에 기여했습니다. 4월 27일자 A2면의 ‘문정인 “김정은 건재…13일부터 원산 체류 중”’ 기사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외에 정부 소식통과 통일부 당국자의 말이 인용됐는데 ‘여러 명을 취재해서 복수로 확인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최 위원=5월 25일자 동아일보 지면에는 북한 관련 뉴스가 너무 많았습니다. A1면의 “트럼프에 ‘核도발’ 예고한 김정은” 기사에 A3면과 A4면에 관련된 여섯 개의 기사, 그리고 A4면의 ‘美, 28년 만에 핵실험 재개논의’ 기사에도 북한 관련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기사들 중에는 통합해 써도 되는 기사가 있었다고 봅니다.

성 위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파장을 전한 기사와 칼럼에서 약간 불일치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재정을 우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시각이 제시됐는데 완벽히 다른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독자들을 위해서는 연결고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인 파장이 있고, 코로나19 이전에 있었던 한국 경제의 어려운 점이 있는데 기사에서는 잘 구분이 안 돼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왜 우려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재정건전성은 결국 세금과 관련된 것으로 빚을 내 지출한다는 것은 다음에 세금을 걷겠다는 의미이지 영원히 안 걷겠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준웅 위원=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의혹과 관련해 기사들이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의 개인적인 치부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용수 할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정의연을 중심으로 한 운동 방향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정의연과 뜻은 같아도 운동 방식이나 전략이 다른 활동가나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기사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쉽습니다.

이은경 위원=쉼터의 가격, 매매 경위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도했는데 매매의 법률적, 절차적 측면도 짚어봐야 합니다. 매매 과정에서 정관 등 관련 절차를 준수했느냐, 감사(監査)는 어떻게 했느냐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취재 보도가 필요합니다.

성 위원=이용수 할머니의 말 위주로 보도되고 있는데 과거로부터 순수하게 진행된 시민운동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5월 18일자 A3면에 ‘文대통령 “진실 위에서만 화해 가능…꼭 처벌하자는 건 아니다”’ 기사를 톱기사로 실고, 같은 면 아래 ‘주호영 “5·18 폄훼 논란 다시는 없어야”’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발언자가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라는 차이가 있지만 내용으로만 보면 보수 야당의 입장 변화를 전하는 기사의 가치가 더 컸다고 봅니다. 독자들이 시대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두 기사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보도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류 위원=5월 6일자 A1면의 ‘숟가락 섞지 말고 반찬은 개인접시에… 생활방역 첫발, 밥상문화부터 바꾸자’ 기사부터 시작한 ‘포스트 코로나, 일상을 바꾸자’ 기획 시리즈는 매우 좋았습니다. 식문화를 지적했는데, 코로나 이후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기사였습니다.

정리=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경제성장률#4·15총선#코로나19#김정은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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