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논란 이어지는 윤미향 사태
상식을 갖고 보면 시시비비 명료한데 대통령은 침묵, 與는 진영논리 함몰돼
피해자 할머니 모독과 비방 서슴지 않아… 패거리 좌파의 저열함 바닥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은 왜 윤미향 사태에 침묵할까.
상식의 눈으로 보면, 윤미향 사태는 이렇게 오래 소모적 논란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사태 초기 “정의기억연대의 회계관리와 윤 당선인의 처신은 위안부 인권 운동의 대의에 비쳐 실망스럽다” 정도의 한마디라도 했으면, 사태는 진작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윤미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직에서 사퇴하고, 정의연은 내부 쇄신 작업에 들어가고, 의혹 논란은 검찰수사 속보 정도만 이어졌을 것이다.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피해자가 90대의 고령에 또다시 마이크 앞에 나와 절규해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윤미향을 사퇴시킬 당위성과 명분도 충분하고 명료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 운동의 대표 격으로 당선권 순번을 받았는데 다름 아닌 그 활동을 둘러싸고 흠결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처럼 해법이 명료한 사안을 집권세력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끌고 갈까. 왜 소모적 논란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국내와 일본의 극우세력이 발호할 멍석을 깔아주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집권세력 내부가 심리적·경제적·정치적 공생의 패거리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공정 정의 정직 위선의 이슈였던 조국 사태를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몰고 간 후안무치한 진영논리 메커니즘이 이번에도 작동하고 있다. 근저에 똬리 틀고 있는 ‘좌파 산업 네트워크’에 가치나 원칙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한다.
할머니가 차마 자신이 당한 일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친구 이야기인 것처럼 돌려서 말한 것을 마치 가짜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흘리고, 교통정보 제공을 위해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방송이 정파적 주장을 하다 하다 할머니의 배후 의혹까지 제기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정치권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걸 참다못해 2012년 비례대표 신청을 했던 기록을 뒤늦게 끄집어내 할머니가 권력 욕심이 있는 인물인 것처럼 은연중 몰아간다.
더구나 한때 약자와 인권을 위해 학생운동을 했다는 여당 중진의원이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 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한 장면은 훗날 인간성의 추락을 주제로 한 문학의 소재로 삼아도 될 수준이다. 필자는 일찍이 우리 정치사에서 이렇게 저열한 행태들을 좌파건 우파건 들어보지 못했다.
누구나 자기 진영 정파의 이익을 중시하지만 그래도 ‘진영이익’이 ‘원칙 양심 가치 국익’과 충돌할 때 진짜 보수나 진짜 진보는 후자를 우선시한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이든 이념의 진정한 가치를 체화하지 못한 채 진영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집단은 있기 마련이다. 패거리라 불러 마땅한 그런 세력들은 대개 강경 극단 성향을 띠며, 권력을 쥐면 권위주의로의 회귀를 욕심낸다.
물론 우리 사회는 교육수준과 정치의식이 높아 어떤 집단이든 권위주의를 획책하면 엄청난 시민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민주주의가 부러질 염려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적 분란과 희생이 불가피하다.
최근 여당 내의 상임위원장 독식 움직임 등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조짐은 총선 직후 며칠간의 겸손 모드 대신 권위주의적 본성, ‘가짜진보 DNA’가 슬슬 발현하면서 절제해야 한다는 이성(理性)을 누르는 현상이다.
게다가 집권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고약한 학습효과’를 배웠다.
아무리 경제를 망치고, 원칙과 가치를 저버린 내로남불 행각을 해도 선거 직전 몇 달만 선거공학적으로 잘 대응하고, 현금복지를 퍼붓고, 야당복(福)만 계속되면 이길 수 있다는 그런 깨달음이다.
특히 조국 사태처럼 아무리 심한 지지율 하락을 겪어도 이탈한 지지층과 중도층은 야당으로 가지 않고 선거 때 다시 돌아온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협치나 숙의민주주의가 뭐가 중요한데’라는 자만심으로 연결된다.
문 대통령의 긴 침묵은 이런 위험한 생각을 가진 주변 사람들과 상식 사이에서의 고뇌의 산물일 수 있다. 진영의 이익과 원칙·가치가 충돌할 때 국가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거여(巨與)가 된 민주당은 더 이상 특정 지지집단을 의식해서 정치를 할 필요가 없는 호조건인데도 여전히 낡은 운동권 소그룹식의 사고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탈각을 대통령이 해줘야 한다. 우리 편이라며 어떡하든 좋게 해석해주려는 내재적 관점 대신 국민의 눈, 상식의 눈으로 상황을 본다면 윤미향 사태는 쉽게 풀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