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1대 국회가 시작된다. 4년 전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출발했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177석 거여(巨與)의 등장으로 의석 지형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다음 달 5일까지 국회의장단, 8일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내자고 했지만 미래통합당은 원 구성 협상이 끝난 뒤에 의장단, 상임위원장 선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원 구성 협상은 여야 간 협치(協治)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협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관행상 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제사법, 예산결산특별 위원장직을 요구하자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여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여당의 강공은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제 카드의 성격이 짙지만 21대 국회의 첫 여야 협상을 파행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8년 전 19대 국회 출범 당시 지금의 여당은 127석의 야당이었고, 여당(152석)과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직을 의석수에 따라 나눴다.
만약 여당이 힘의 정치의 유혹에 빠진다면 협치는 실종되고 ‘수(數)의 정치’가 기승을 부린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힘의 정치가 재연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도 국론 분열로 삐걱댈 수밖에 없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대안 제시로 정책 대결을 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회가 협상의 정치를 포기할 경우 스스로 입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국회에선 300명 의원 중 여야 통틀어 초선 의원이 151명에 달한다. 특정 계파나 낡은 이념의 틀을 깨고 새 정치를 열어갈 기반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혁신의 새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행정부 견제 기능은 강화하되 낡고 권위적이며 비효율적인 관행은 근절해야 한다. 불체포·면책 특권 등에 기대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는 코로나 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나라 안팎의 도전과 격랑이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정책 대결을 벌이면서도 당장 1년만이라도 함께 위기를 극복해가는 전향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된 20대 국회를 반면교사 삼아 새 정치의 문을 열어야만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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