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상임위원장 배분부터 협치 첫걸음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0시 00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늘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21대 국회 문을 열겠다고 했다. 국회 의장단도 국회법에 따라 5일 선출하고, 국회법상 시한인 8일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이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 11 대 7 비율엔 동의했지만 야당에 법제사법,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여야 원(院) 구성 협상은 벽에 부딪친 상태다. 여당이 177석 거여(巨與)의 힘을 앞세워 관행상 소수야당 몫이었던 법사, 예결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요구하자 야당은 의석수에 따라 나누는 기존 관례대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여당의 강경 발언은 원 구성 협상을 주도하려는 ‘기 싸움’일 수 있지만 자칫 여야 협상 자체를 파국으로 내모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여당의 ‘절대 과반’ 의석은 여당이 겨우 과반을 차지했던 과거와 다르다는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지금의 여당이 제1야당이던 18대 국회 출범 당시 의석은 81석에 불과했고, 당시 153석의 여당과 범여권 정파의 의석을 합치면 200석에 육박했다. 그런데도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제1야당은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다. 집권여당이 다수당으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주의’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통용됐다.

민주화 이후 원 구성 협상은 의석수 배분에 의한 협치가 불문율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견제와 균형 취지에서 운영위 다음의 핵심 상임위인 법사위원장은 주로 원내 제2당이 맡아왔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가동해 상생·협치하자고 한 마당에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 여야 모두 원 구성 협상이 21대 국회가 새로 태어나는 협치의 첫 시험대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석수 배분#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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