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며 이른바 ‘한국판 뉴딜’에 앞으로 3년간 3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진 재정능력을 총동원해 경기도 살리면서 일자리 55만 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각 사업들에 그린, 디지털, 휴먼 뉴딜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지만 내용들은 이미 작년과 올해 예산에 반영돼 추진해오던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총 13조4000억 원을 투입해 3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디지털 뉴딜만 보더라도 5G 국가망 확산이 주축인데 재작년부터 국가주력 사업으로 추진해오던 것이다.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초중고교 구형 노트북 20만 대 교체 사업들은 한국판 뉴딜이란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추진돼 오던 사업들이다. 그린 뉴딜도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 개선, 국립학교 태양광 설치, 노후 경유차의 친환경차 전환 등 새로울 것이 없다.
이번 한국판 뉴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올릴 체질 개선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래 구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제 비상시국은 한편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 우리나라는 몇 차례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금융 시스템을 개선해 한층 체질이 강화된 경험도 갖고 있다. 이번 한국판 뉴딜에도 고질적인 한국병에 대한 수술 방안이 함께 포함돼 있어야 했다.
뉴딜이 일시적인 나랏돈 퍼붓기가 아닌 안정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한 핵심은 기업이다. 정부가 해외에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려고 한다지만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 상위 기업 1000곳을 조사한 결과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3%에 불과하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노동개혁과 규제개혁 분야에도 활용한다면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이 커갈 수 있는 역동적 환경을 창출해야 한다. 민간기업을 살리고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일자리 정책이며 진짜 한국판 뉴딜이다. 그래야만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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