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시켜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보건복지부 차관을 2명으로 늘려 보건 분야를 따로 맡기고,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 ‘정책’ 마련과 ‘집행’ 기능을 모두 수행하게 돼 사태를 수습하기에 바빴던 지금과는 달리 장기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제기되면서 질본의 권한 강화 여론이 조성된 결과다.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피해가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독자적인 예산 및 인사권을 쥐고 방역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청 승격으로 복지부의 보건정책 업무가 줄어드는데 보건 담당 차관 자리를 신설한 것은 거꾸로 가는 조직 개편이다. 감염병 사태를 조직 늘리기 기회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청 승격에 따라 늘어난 자리가 복지부의 ‘밀어내기 인사’용으로 악용되지 않으려면 청의 실질적인 인사권을 보장해야 한다. 신설되는 청 산하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간 소속 기관이 달라 발생하는 혼선과 비효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조용한 전파’로 불안감이 고조된 이때에 조직 개편을 서둘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초중고교 3차 등교가 시작된 어제 49명의 신규 환자가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아니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가을 2차 유행에 대비해 위험시설을 관리하고 병상 확보를 포함한 의료체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태 초기 정부의 뒷북 대응으로 키운 감염 확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데는 ‘의병(醫兵)’이라 불린 민간 의료기관의 공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활약한 민간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사기 진작책도 없이 ‘K방역’이라 자화자찬하며 공무원 승진 잔치만 벌인다면 또 다른 위기가 닥칠 때 의병들이 자원해 달려오겠는가. 공무원 자리 늘리기만으로 제2코로나를 이겨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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