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당의 모든 것은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지만, 흑인 사회와 소수자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미국의 폭력시위 와중에 약탈 피해를 입은 한인 상인이 페이스북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들을 위로하며 올린 글이다. 시카고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한인은 약탈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부당한 현실에 분노하는 그들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밝혀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미국인들은 “당신이 나를 울렸다” “청소를 돕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최근 미 전역 시위 과정에서 한인 교민들은 파악된 것만도 150건 이상의 약탈 피해를 당했다. 그럼에도 경찰폭력과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평화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민이 많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들은 소수민족이 주축이 된 항의집회에 참여해 흑인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보내고 있다. 집회를 본 흑인들은 “그동안 한인들을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어글리 코리안’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폭력사태 초기 미국 전역에서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자 1992년 LA 흑인 폭동 당시 무기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자기 가게를 지켰던 우리 교민들을 일컫는 ‘루프 코리안(Roof Korean)’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자체 방어를 위해 총을 들고 옥상으로 향한 한인의 사진이 공개되자 “그들이 돌아왔다”고 반기기도 했다.
▷시위 과정의 상점 약탈은 우리 교민들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봉변이다. LA 폭동은 흑인 남성 로드니 킹을 집단 폭행한 백인 경찰들이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 도화선이었고, 한인 여성 상인이 물건을 훔치려던 흑인 소녀에게 우발적으로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흑인 시위가 격화되자 경찰은 백인 부유층이 사는 지역만 지켰고, 폭도들은 경찰이 없는 한인타운을 마음대로 약탈했다. 이번에는 미국인 가게들이 무차별적으로 약탈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한인들도 덩달아 피해를 당했다. 필라델피아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LA 등의 교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평화시위 재개로 약탈은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그렇다고 루프 코리안이 없어도 될 만큼 사태가 안정된 것은 아니다. LA 폭동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교민들 중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총기를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방탄소년단은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캠페인 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미국 사회 통합에 기여하려는 한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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