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어제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590원(월 환산액 179만5310원)으로 최근 3년 동안 33% 올랐다. 최저임금 결정의 법정 시한은 이달 29일이지만 올해도 노사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기업의 지불 능력이 악화돼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1% 급감했고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2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 600곳을 조사해보니 88%가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감원하겠다는 기업도 60%나 됐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 격차를 줄이고 내수 진작을 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작년엔 최저임금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2.9% 인상에 그친 데 항의하며 근로자위원 9명이 전원 사퇴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근로자위원들은 전보다 강성으로 평가된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첫날부터 회의에 불참하며 다른 사안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경기는 대통령이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침체해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고,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도 크다. 독일은 집권당인 기민·기사 연합이 최근 일자리 유지 방안의 하나로 최저임금 인하를 먼저 제시했다. 국내외 경제 봉쇄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쓰러진다면 최저임금은커녕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5월 취업자 수는 작년보다 39만 명 줄었고, 실업률은 4.5%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이었다. 임금보다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노사가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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