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다양한 한국인을 만났다.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에 따라 한국인이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필자는 한국에서 11년 동안 합법적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체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또 한국에 살며 체류 자격이 다섯 번 바뀌었다. 유학생 신분부터 시작된 체류 자격이 바뀔 때마다 사회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유학생 신분에서 취업비자를 취득할 때, 이주여성 체류 자격으로 생활할 때, 영주권자가 됐을 때 각각 피부로 느끼는 감정들이 다르다. 아마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필자 같은 외국인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올 4월 기준으로 법무부의 한국 거주 외국인 국적 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 42%, 베트남 15%, 우즈베키스탄 5%, 필리핀 4%, 캄보디아 3% 등이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각자의 목표와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마음속 어딘가 외롭고 애타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국에 갇혀 있는 외국인들이 많다. 생존을 위해 할 수 없이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한국인이 경찰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외국인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외국인들은 무척 분노했다. 필자 또한 호기심에 해당 SNS 계정에 들어가 봤다. 그 채널에선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야 한다’ ‘한국 국민이 우선이다’ 등 외국인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영상 속에는 ‘불법 체류자를 강력하게 추방하라’ ‘서민이 못 살겠다’ ‘조선족 때문에, 이 나라는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세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외국인들 때문에 못 살겠다’ ‘외국인들 때문에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등의 혐오 발언과 부정적인 표현들이 들어 있었다. 몇몇 영상은 불법 체류자를 신고하고 현장을 촬영한 것이었다.
그 영상에는 마치 벌레를 대하는 것 같은 비하 발언이 많았다. 이런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을 보고 몹시 안타까웠다. 특정 나라의 사람을 ‘그놈, 저놈’으로 부르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래도 되나 싶었다.
한국에서 살인범이나 강력 범죄자를 ‘가해자’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가해자에 해당하지 않는 보통의 외국인들을 부적절한 단어와 표현으로 지칭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를 확산시킬 수 있어 걱정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꽤 많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을 택했고 각자 열심히 살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저출산 및 고령화로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외국인으로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물론 미등록자들이 아직도 많지만 이들을 단속하는 기관이 따로 있으며, 이같이 힘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체류 자격이 없을 뿐, 벌레처럼 취급 받을 이유는 없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존엄과 인격을 가진 존재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2030세대 가운데 흔히 말하는 ‘3D 업종’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늘날 한국의 고용주들이 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지 이유를 알았으면 한다. 또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자기 엄마의 고국을 향해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들으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바른 언행을 했으면 한다. 별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행동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문제가 된다. 어떠한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것이 낙인이 된다.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필자를 포함한 독자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성숙한 대한민국, 그리고 성숙한 시민들의 올바른 언행과 판단력을 필자는 믿는다.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보다 신중하고 민주적이면서 평화적인 태도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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