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의 소비는 주로 3억 명의 중산층에서 나옵니다. 그들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이미 한국 수준과 비슷합니다. 이 3억 명은 미국 전체 인구와 비슷하죠.”
11일 오후 중국 국무원이 연 ‘중국 경제상황 관련 간담회’. 탕민(湯敏) 국무원 참사는 중국의 소비 수요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 전체 인구는 14억 명이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다음에 이어졌다. 국무원 참사는 중국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한다.
“하지만 이들을 뺀 11억 명 인구의 소득은 낮습니다. 10억 명이 아직 비행기를 타 보지 못했어요. 5억 명이 양변기를 사용해 보지 못했죠.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아직 6억 명 인구의 월 소득이 1000위안(약 17만 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국에 6억∼10억 명에 달하는 중저(中低)소득 인구의 거대하고 잠재력 있는 시장이 있다는 분석을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싸고 품질 좋은 특수한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탕 참사의 발언은 세계 제2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에 실제로는 여전히 빈곤층이 상당히 많고 빈부 격차도 심각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그가 언급한 리 총리의 발언이 이 논란을 촉발했다.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폐막식 기자회견이었다. 세계의 관심이 홍콩의 반중 인사를 처벌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안 통과에 쏠려 있던 그때 리 총리는 “중국의 1인당 한 해 평균 소득은 3만 위안(약 510만 원)이지만”이라고 운을 떼며 6억 명의 실상을 소개했다. 한 달 수입 1000위안으로는 “중등 도시(인구 50만∼100만)에서 집세를 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민생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업 문제 해법으로 리 총리가 내놓은 것이 ‘노점 경제’였다. 이후 지방 각지에서 노점 열풍이 불었지만 얼마 못 가 베이징(北京)시와 관영 매체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일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 총리 간 갈등설이 불거졌다. 리 총리의 ‘6억 명 월 소득 1000위안’ 발언은 얼핏 ‘내년 샤오캉(小康·전반적으로 풍족한 사회) 전면 실현을 위해 올해 농촌 빈곤을 완전히 퇴치하겠다’는 시 주석의 목표와 상반돼 보였다. “리 총리가 시 주석의 샤오캉 사회 노선을 부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중국 학자들은 “시 주석이 당의 핵심인 권력 구조에서 리 총리가 시 주석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다. 외부에서 보는 시-리 갈등설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권력 내부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 충격과 심각한 실업 사태에 직면한 중국 관료사회에서도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 있는 국가가 됐지만 수많은 중국인이 여전히 어렵게 생활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처지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중국 학자들은 기자에게 “앞으로 중국이 맞닥뜨릴 진짜 어려움은 미중 갈등 같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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