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에 ‘캅스(Cops)’라는 리얼리티쇼가 있습니다. 경찰이 무자비하게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경찰의 과잉폭력에 대한 비난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강력한 법 집행” 등 호평 덕에 경찰 지원자까지 늘어날 정도입니다.
그러나 경찰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최근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지난 32년 동안 방송돼 온 이 장수 프로그램을 종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캅스’를 보면 피해자나 범인의 지인, 목격자의 증언이 사건의 윤곽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주변인들의 생생한 발언을 중심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It was like, zero strike and you’re out.”
플로이드의 목을 직접 누른 데릭 쇼빈은 지난해까지 낮에는 경찰로, 밤에는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쇼빈은 나이트클럽 손님이 조금만 규칙을 어기거나 반항하면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려대며 공격적으로 대응했다고 합니다. 클럽 주인은 그의 폭력적 성향에 대해 증언합니다. “폭력범에게는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지만 쇼빈에게는 스트라이크를 당하지 않아도 아웃되는 영진제만 통할 뿐이다.”
△“Alright, I’ve got help on the way.”
플로이드가 상점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로 담배를 사자 종업원은 911에 신고를 합니다. 통화 내용 녹취록입니다. 911 전화응대원은 종업원에게 “지금 도움을 줄 경찰이 가고 있다”고 말하죠. ‘On the way’는 미국인들이 정말 많이 쓰는 표현인데요. “가는 중이야”라는 뜻입니다. 신고하고 5∼10분 뒤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합니다.
△“The ink was still running.”
단골손님 한 명이 상점으로 들어옵니다. 종업원은 손에 들고 있던 위조지폐를 그에게 보여줍니다. 지폐는 확연히 가짜 티가 납니다. 손님은 “(지폐를 찍는) 잉크가 아직 번진 상태였다”고 증언합니다. 진품은 아무리 문질러도 잉크가 번지지 않죠. 그 사이 손님이 밖을 보니 경찰이 플로이드에게 접근합니다. 그를 경찰차에 태우려는 실랑이가 시작되고, 쇼빈이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조르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습니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위조지폐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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