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경기 화성시 모 공군 부대에 복무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자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해당 대대장은 수많은 비위 의혹이 있고 올해 상급 부대로부터 조사를 받았지만 가벼운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에 오른 이 부대는 얼마 전 소속 병사가 1인 생활관을 쓰고, 상급자들에게 빨래 심부름을 시키는 등 ‘황제 병영 생활’로 논란이 된 공군부대의 예하 대대다. 해당 지휘관(중령)은 부하 장교에게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영외 관사 제초작업, 복도 청소 등을 지시하고, 간부들의 휴식권을 침해하거나 군수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으로 1월 상급부대인 방공유도탄사령부의 감찰을 통해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자가 이 같은 무력감을 표출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조사를 기명으로 한 뒤 조사 대상자, 그리고 감찰 관계자가 아닌 인원들에게 여러 내용을 알려서 누가 진술했는지 모두가 알게 됐다”며 “새벽에 대대장이 여러 내부 고발자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군의 조직이 방대하고, 구성원도 다양한 만큼 군 기강을 흐리는 사건들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군은 비위 행위자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 될 일이다. 그러나 군 조직이 이런 ‘자정 기능’을 제대로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의식을 지닌 내부 고발자들의 ‘용기’가 있어야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탓에 ‘뒷북 조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군은 14일 “처분의 적정성과 보복 조치 등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공군본부 주관으로 철저한 감찰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거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의 이런 공개적인 입장 표명과 달리 일선 취재 현장에선 군의 안일한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건 사고 발생 건수는 예년과 비슷하다”거나 “인사 철을 앞둔 정략적인 폭로”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식이 적지 않았다.
해당 청원자는 “청원이 올라간 뒤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뤄질 2차 가해가 두렵다”고 했다. 그만큼 군의 자정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군)가 올곧게 바뀔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끊이질 않는 군 기강 해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군 대비 태세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군은 철저한 사건 규명과 함께 청원자 등에 대한 2차 피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군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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