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가정에서 폭행당하는 아이 숫자는 수십만 명인데 아이를 받아줄 센터가 동네 노래방보다 적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인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 ‘미쓰백’에 나오는 대사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멀리 있다고 여겨지는 아동학대, 자녀에 대한 폭력은 사실 숨어 있을 뿐이지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18년에 파악된 것만 2만4000건이 넘었다.
일반인으로선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다른 사회문제처럼 평소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의 아동학대 검색률이 수직상승했다. 이는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있었던 사건 보도와 맞물려 있다. 끔찍한 사건이 알려지면 그때 잠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다시 잠잠해지곤 한다.
다행스러운 일은 아동학대가 범죄,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특정 성인의 일탈행위이거나 부모의 과도한 징계 정도로 보던 시각은 사라졌다. 온라인에서 아동학대 관련 문서의 연관어를 살펴보면 범죄, 사회, 신고, 폭력, 처벌, 경찰, 인권, 징역 등이다. 사회적으로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동학대와 관련된 인물들을 보면 부모, 가정, 어린이집, 가족, 교사, 계모, 엄마, 배우자, 남편, 아버지, 어머니, 계부 등의 단어들이 나타난다.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인 셈이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피해아동의 80% 정도가 계부와 계모를 포함한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라는 것은 가정 내에서 일어난다는 것이고, 이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는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발견’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피해아동 발견율’이라는 통계가 사용된다. 아동인구 1000명당 피해아동 수의 규모를 비율로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아동학대 사례 건수가 늘어 왔다. 실제 사례가 많아졌다기보다는 ‘발견’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4년엔 1만 건 수준이던 아동학대 사례 건수가 2017년부터는 2만 건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피해아동 발견율은 해외 주요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해외는 아동 1000명당 9.1명이 피해아동으로 발견되는 반면 우리는 고작 2.98명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실제로 더 적기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여전히 외진 데 꽁꽁 숨어 있는 아동학대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더 무게가 실린다.
숨죽여 구조신호를 보내는 아동들을 발견하기 위해 직무상 아동학대를 파악하기 쉬운 교사, 의료인, 아이 돌보미, 시설 종사자 등에게는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이 의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단순 신고 의무 부과를 넘어 의심 가는 경우 교사나 담당 기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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