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괴테가 문학사에 각인시켜 놓은 것은 파우스트나 베르테르, 에그몬트 같은 허구의 인물들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괴테’ 자신이다. 그의 자서전 ‘시와 진실’은 출생에서 26세까지만 담고 있는데, 독자는 훗날의 괴테의 전모까지 어렵사리 그려볼 수 있다. 자신을 빚어가는 유년기, 청년기의 모습을 통해 큰 인물의 기초가 어떻게 놓이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괴테는 ‘종이 시대’의 가장 생산적 문인으로 불리지만 문인 괴테는 괴테의 한 면에 불과할 뿐 정치가, 과학자, 화가 등 손으로 꼽기도 벅차다. 그런 ‘유니버설 지니어스’ 괴테의 큰 모습이 이 ‘시와 진실’이라는 청년기 밑그림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오고, 자연스럽게 나의 삶도 돌아보며 그 곁에 놓아 보게 된다.
‘시와 진실’은 수많은 자서전의 전범이 되어왔다. 심지어 200년 후 먼 극동에 앉아 있는 필자마저 이 방대한 책을 번역하고 나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을 저절로 쓸 수 있었다. 내가 하는 공부도 서서히 괴테에게로 비중이 옮겨 갔고, 내가 지어서 지키는 ‘여백 서원’에서도 ‘한 명을 위한 괴테 도서실’ 등 작은 시설들이 차츰 생겨나더니 이제는 ‘괴테 마을’까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괴테가 활동한 도시 바이마르의 인구는 6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찾는 독일의 ‘문화수도’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즉 한 사람이 얼마큼 클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뜻으로 ‘괴테 마을’이라는 큰일을 벌이기 시작할 만큼 괴테가 그려낸, 자신의 생애의 기초를 놓아가는 젊은이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