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제 병역’ 논란 엄정 처리해 軍생활 형평성 의구심 없애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0시 00분


공군 현역 사병이 냉방병을 이유로 생활관을 혼자 사용하는 등 ‘황제 병역생활’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군사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제3여단 소속 상병인 이 병사는 민간 병원에서 피부병 진료를 한다며 외출증 없이 수차례 부대 밖으로 나간 것에 대해 군형법상 근무지 무단이탈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와 감찰이 진행 중이라 ‘황제 군 생활’로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특혜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최근 숙소에 에어컨이 가동되자 병사가 냉방병을 호소했고 그에 따른 조치로 빈 생활관을 혼자 10여 일간 쓰게 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인데 사병 한 명을 위해 별도 생활관을 상당기간 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3월 이후 피부질환을 이유로 부사관을 통해 본인 빨래를 부모에게 맡긴 사실도 밝혀졌는데 이 역시 정상적인 군대에서는 있기 어려운 일이다. 군대에서 몸이 아프면 관련 절차를 거쳐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외부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도 지휘관 승인을 받아 민간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데 외출증 없이 부대를 나갔다는 것은 군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번 일은 병사 한 명을 중심으로 한 논란이지만 병역의무 이행 과정의 ‘불공정 시비’란 점에서 군의 전체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더구나 사병의 아버지가 ‘재벌’ ‘대기업 회장’이라는 잘못된 소문이 돌아 특권층 특혜라는 오해로 번질 수 있다. 사병의 아버지는 재벌가 오너가 아닌 중견기업에 고용된 고위 간부로 확인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군은 민간인들의 군부대 침입 등 기강 해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논란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황제 병역#軍생활#냉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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