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포로 안 쏜 게 어디냐” “예고된 것”… 이런 기막힌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0시 00분


청와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NSC는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는데 바로 한 시간 뒤 북한은 폭파를 강행했다.

4일 김여정의 담화를 시작으로 북한은 연일 대남 협박의 수위를 높여왔지만 정부는 북한 달래기로만 일관해왔다. 설마 도발하겠느냐는 안이한 낙관론에 빠져 북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는 메시지는 없었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만 총력을 쏟아 강경 대응했을 뿐이다.

어제 오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접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예고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북한이 대포로 안 쏜 게 어디냐”고 했다. 지난 수일간 북한이 협박의 강도를 높이자 정부 여당 내에선 남북관계 파탄이 마치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책임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발언이 쏟아졌다. 대북제재의 근본 원인인 비핵화를 외면하는 북한의 행태에는 침묵했다. 정부 여당이 사태의 본말을 뒤집고 책임소재를 호도하고 있으니 북한으로선 도발 강도를 높일수록 남남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오판을 했을 것이다.

정부의 대북 대응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대화로 푸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군사적 도발에는 확실한 응징이 필요하다. 북한의 총격에도 37분 만에 대응하는 허술한 군 기강으로는 안보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교전수칙도 점검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한미 공조를 더 다져야 한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분담금 협상 등 여러 갈등 요인을 풀지 못한 채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독미군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독일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주한미군의 장래에 대한 부정적 예측은 북한을 더욱 엇나가게 할 수 있다. 정부는 한미 공조 균열이 북한의 노림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단호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미 군 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남북공동연락사무소#김연철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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