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이던 18, 19대 국회… 법사위원장 몽니 가장 심해
박영선 위원장 때가 절정, 이제와 야당 몫 가져간 파렴치
新독재의 그림자 어른거린다
국회 역사상 가장 몽니를 많이 부린 법제사법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닐까 싶다.
2014년 새해 벽두에 이런 기사가 신문을 장식했다. 박 당시 위원장이 2013년 말 여야 지도부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이 법만큼은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면서 심야까지 버티는 바람에 새해 예산안이 연말까지도 처리되지 못하고 새해로 넘어왔다는 내용이다. 당시 같은 당의 정세균 전 대표, 김진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한길 당시 대표까지 나서 그를 설득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듣지 못한 황당한 일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통상 법사위원장은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국회법은 ‘각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친 모든 법률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만 본회의로 올라갈 수 있다. 이 규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규정은 이미 2대 국회 때부터 있었다. 법률안의 위헌성과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심사함으로써 법률의 합헌성, 체계정당성, 조화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박 당시 위원장의 몽니는 체계·자구 심사권과도 관련이 없었다. 사실 그는 비(非)법조인 출신이어서 체계·자구를 심사할 능력도 부족했다. 단지 자신의 소신에 맞지 않는다고 아예 상정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어느 자리인지도 모르고 떼쓰는 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13대 국회 때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 되면서 여당이 독식하던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나눠 갖고, 15대 국회 후반부터 법사위원장 자리가 야당 몫으로 넘어가면서 법사위의 월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의 민주당 쪽이 야당이던 18대와 19대 국회에서부터다.
18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54석을 차지했다. 당시는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은 현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정당과 똑같은 힘을 가졌다. 거기에 다른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를 합하면 의석이 184석에 이르러 세력이 지금의 범여권 못지않았다. 이때부터 법사위원장을 맡은 민주당의 몽니가 심해졌다.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까지 이용하면서 월권의 강도가 정점으로 치달았다.
18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우윤근 의원이 맡고 박영선 의원이 같은 당 간사를 했다. 2010년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의 법사위 상정이 민주당 쪽 반대로 1년 넘게 저지되다가 여야 대표 합의로 간신히 상정돼 통과됐다.
19대 국회 전반기 박영선 위원장 때와 19대 국회 후반기 이상민 위원장 때는 ‘해외 파병에 대한 일반사항에 대한 법률’이 2012년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에서 4년 내내 단 한 번의 체계·자구 심사도 하지 않아 아예 폐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체계·자구 심사를 핑계로 법안을 일시적으로 지연 또는 보류시키는 정도를 넘어 그 기간을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늘려 폐기시킨 것으로, 있어도 없는 것만 못한 법사위로 만들어버렸다.
과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이용해 몽니를 부릴 대로 부린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돌려온 관행을 깨고 결국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가져갔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개인으로 보면 양심이 없는 짓이고 조직 간의 관계로 보면 신사협정을 깬 것이다.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국회의 관행이 폐해가 있다 하더라도 여야의 합의로 만든 이상 그것을 바꿀 때도 여야의 합의로 바꿔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 신(新)독재가 확산되는 가운데 새삼 강조되는 민주주의 정신이 권력의 절제된 사용이다. 18대와 19대 국회에서 통합당 쪽은 민주당 쪽으로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를 뺏을 수도 있었지만 뺏지 않았다. 소수파일 때는 관행의 혜택을 최대한으로까지 누리고 다수파가 돼서는 이런 관행을 싹 무시하고 소수파를 짓밟는 태도는 볼셰비키 등 레닌주의 정당에서 익히 보던 수법이다. 민주당의 김태년스러움이 몰고 올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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