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밀레니얼(Millennial)세대, Z세대…. 인위적으로 나누는 세대론이 허구라는 반박도 많지만 동시대를 살며 경험한 역사적 사건이 그 세대의 사고방식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요즘 세대론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30대인 밀레니얼세대와 20대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말로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시공간적 혁명을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한 세대다. 정보기술(IT) 및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MZ세대가 그들의 놀이터 중 하나였던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고 쓴 글을 페이스북이 트위터와 달리 방치했다는 이유다. MZ세대의 눈치를 보던 코카콜라와 유니레버 등 대형 광고주들이 페이스북 유료 광고 중단을 발표했고 그 직후인 26일 페이스북 주가가 8.3% 하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560억 달러(약 67조4000억 원)가 날아갔다. 결국 페이스북은 자사 규범을 위반한 정치적 게시물에 경고 딱지를 붙이겠다며 항복을 선언했다.
▷미국 스타벅스는 직원들의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티셔츠 착용을 금지했다가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았다. 페이스북과 스타벅스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모였다가 흩어지며 행동에 나서는 MZ세대의 힘을 간과한 것 같다. 반면 정치사회적 이슈에 침묵했던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이번에는 인종차별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은 이를 활용해 마케팅에 나섰다.
▷보통 합리적 소비라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야 했다. 그런데 Z세대는 착한 기업에 지갑을 열고 나쁜 기업에 지갑을 닫는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내 돈을 가치 있는 데 쓰겠다는 뜻이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로 반일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당시 Z세대는 ‘일본인에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51%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음에도 불매운동 참여율은 76%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청년세대는 인종, 계급, 지역적 요인보다 그 세대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불평등이 더 심각한 세상을 경험해왔다. 이들은 물리적 거리나 인종적 차이에 상관없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지를 공감하고 연대한다. 이번 ‘#BLM’ 운동으로 결집했고 소비를 통해 기업을 압박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다음 시대의 주인공, MZ세대가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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