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임기가 종료되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여야 추천 비율 시정을 검토하겠다고 그제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여당 교섭단체가 1명, 야당 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여당은 여당 의석수가 176석인데 야당 몫이 여당 몫보다 많은 현재 구성비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방통위 관련법 제정 취지를 무시한 일방적인 해석이다. 현행법에도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대통령과 여당 몫을 합치면 3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의석수를 잣대로 법에 엄연히 명시된 방통위원 구성 비율까지 흔들겠다는 것은 거여(巨與)의 욕심이며 오만한 힘자랑일 뿐이다.
방통위 같은 위원회는 장관 중심의 독임제 행정기관과 달리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위원회 체제로 만든 것은 상명하달식 지시가 아니라 정책과 생각이 다른 여야 추천 위원들의 상호 견제에 기반한 의견의 균형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방통위의 주무인 방송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가 절실하다. 여당의 주장은 방송 장악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방송정책까지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여당은 방통위 이외 다른 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위원 가운데 야당 몫이 여당 몫보다 많을 경우 손을 보겠다는 취지다. 이런 식이면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 국가인권위원 등 국회가 선출하거나 임명하는 137명도 조정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각종 위원회를 향해 정부 여당 정책에 이견을 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협의의 전통을 살려야 할 정부 위원회까지 확실한 친여 일변도로 만들어 장악하려 한다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실종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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