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례 역대급 규제에도 가격 상승 여전
양도세 중과 밀어붙이자 ‘공급동결효과’
다주택자 규제에 임대주택 감소 우려도
지역 등 감안한 정책프로세스 문제없나
코로나19로 경기부양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정부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렇게 규제를 했는데도 집값이 계속 오르니 애타는 정부 속내가 이해는 간다. 게다가 한 시민단체는 역대 정부 최고로 서울 아파트 값이 52% 올랐다고 비판하자 이에 국토교통부는 14%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시민단체에서 기초로 삼은 KB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를 정부 출범부터 살펴보면 서울 26.0%, 지방 ―7.2%, 전국 6.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규제라는 정부의 굵직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격이 오르는 양상을 보여줬다. 8·2대책 이후 가격 급등까지는 1∼2개월이 걸렸고, 더 강력한 대책인 9·17대책 때는 바로 폭등세가 나타났다. 작년 여름부터 당국이 분양가상한제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정책과 가격이 반대 현상을 나타내는 걸까? 21번이나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시장이 당국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는 것은 진단이 잘못되었거나 대책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진단과 관련해 초기에는 서울 강남의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이 문제라고 하면서 정부가 각종 규제를 쏟아냈다. 그래도 의도한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 않자 법인과 3억 원 이상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들마저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대책도 나오자마자 보완책이 언급되고, 벌써 다음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대책이 너무나 졸속으로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실질적인 주택거래허가제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 중요하지만 너무했다 싶은 정책이다.
지금까지 정부 대책들을 살펴보자.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면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 매물의 씨가 말라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양도세는 그렇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인데 더 중과세하니 공급 동결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학계에 알려져 있는 현상인데도 정부가 밀어붙여 정책 실패를 자초한 셈이다.
정부는 보유세도 중과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유세를 중과하면 일회성 가격 하락이 나타날 뿐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유세가 세계적으로 높은 도시들에서 2000년대 초반과 몇 년 전 가격 급등 양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 강화 정책도 문제다. 이는 단기적으로 집값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민 생활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주택의 절대 다수를 공급하는 다주택자들이 투자를 줄일 경우 임대주택의 공급 위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을 강하게 규제하기보다는 임대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는 나라가 많은 이유다.
분양가상한제도 비슷하다.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변 시세까지 폭등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가격 안정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규제 강화도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펴면 향후 가격이 더욱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출 규제도 정부 의도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출이 힘들어지자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돌아서고, 이는 전세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전월세 상한제 등이 포함된 임대차 3법도 추진한다고 한다. 특히 임대료 상한제는 공급 위축으로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주거지역 슬럼화를 촉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정책 중 적지 않은 정책들이 정부 기대와는 반대되는 효과를 냈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점을 알기에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생각지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정책을 만드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 정책이 지역과 규제 대상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책의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은 누구인지,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효과는 무엇인지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정책을 남발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층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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