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국회’ 간절히 바라는 경제계[현장에서/허동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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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은 지난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은 지난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허동준 산업1부 기자
허동준 산업1부 기자
“국가재도약에 성공한 역대 최고 국회가 되어주십시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제21대 국회의원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원래 국회를 직접 찾아 제언문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처리하는 등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기대치가 커서 이런 서두를 꺼낸 건 아닐 것이다. 제언문은 ‘공동선(共同善)의 원칙과 규범 형성’을 첫 번째 건의로 담았다. 사라진 ‘협치’를 다시 시작하라는 간절한 부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한국 사회가 보수와 진보,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반목하느라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날 마무리된 3차 추경안 예비심사도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끝나면서 졸속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계 제언에는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경제와 사회의 조화발전’도 담겼다. 이처럼 3가지 범주로 나눠 세부 내용들을 담았지만 눈에 띄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재계가 줄곧 주장해 온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기업활력법 활용 허용 △서비스업 분야 규제개선과 연구개발(R&D) 활성화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조속한 처리 등을 ‘재탕’했다. 재탕인 줄 몰라서가 아니라 하나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기간 중 법안발의 건수는 2만4141건으로 세계 최다 수준이지만, 정작 경제계가 희망했던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부터 시작된 협치의 실종은 더 강화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 외에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건강한 노동시장을 위해 직무·성과급제 전환,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역시 경제계가 줄기차게 호소해 온 내용들이다.

21대 국회가 마주한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계는 “우리의 말을 들어 달라”고 호소하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세상에 맞게 새로운 법제도의 밑그림을 그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답을 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지요?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를 바라고 있습니다.”

재계가 던진 이 질문이 ‘내 편’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21대 국회에 울림을 주었으면 한다.
 
허동준 산업1부 기자 hungry@donga.com
#21대 국회#협치#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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