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는 ‘딥택트’가 지배
온-오프 연결하는 산업 최적점이 경쟁력
동물원의 폐쇄적 규율 같은 정부 규제
자생적 진화하는 미래산업 뿌리 뽑아서야
“2년 걸릴 디지털 변혁이 최근 2개월 만에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5월 개발자 회의에서 토로했듯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은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된 공공장소 폐쇄,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언택트(Untact)가 급부상했다. 소매점의 키오스크, 챗봇 등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에서 출발한 비대면 방식은 교육, 의료, 근무 형태 등 사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접촉(tact)과 협력이 특징이다. 자연 상태의 의사소통은 직접 대면하는 콘택트(Contact) 방식이었다. 이후 기술과 문명의 발전은 콘택트의 한계를 언택트로 넘어서는 방향이었다. 우리가 과거의 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비대면 도구인 문자 덕택이다. 다만 디지털 시대의 언택트는 플랫폼,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결합되어 글로벌 실시간 융복합 형태로 증폭되는 측면에서 구별된다.
최근 코로나19로 직접 콘택트 교류가 차단되면서 간접 언택트가 강요된 상황은 소비자 경험과 공급자 경쟁 구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예상외로 높은 수준의 만족도와 효율성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에게 직접적이고 강력한 콘택트의 장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배경에서 언택트와 콘택트가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되는 딥택트(Deeptact) 방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될 것이다. 향후 인간 생활과 사업 모델은 아날로그적 콘택트와 디지털적 언택트의 최적 조합인 딥택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리라 예상한다. 업종과 영역을 불문하고 콘택트와 언택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딥택트의 최적점 설정은 당면한 중요 과제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행되었던 재택근무가 전형적 사례다. 실제 경험을 통해 재택근무와 회사 근무는 양자택일, 상충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될 잠재력을 확인하였다. 앞으로 각종 조직에서 인력 운영의 중요한 과제는 내부 기능별로 업무 효율성, 비용 적합성, 직원 만족도 등을 감안하여 양자를 결합시키는 최적점의 설정과 실행이다. 원격교육이 실시되었던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보완적으로 결합하여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면서 비용 효율성도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온라인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경우 미국의 대형할인점 월마트 사례가 좋은 본보기이다. 온라인 유통사업자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영역의 JC페니 시어스 카슨스가 파산하는 가운데 월마트의 매출과 이익은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5월에 이베이를 제치고 아마존에 이어 미국 온라인 유통기업 2위로 올라선 비결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서비스의 결합이었다. 온라인 주문 후 매장 수령, 생필품 2시간 배달, 전 직원 퇴근 배송제 등 아마존에는 없고 월마트에는 있는 매장의 콘택트 장점을 디지털 기술로 극대화시키는 옴니채널 딥택트 전략이 주효했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경계의 종말이다. 앞으로 전개될 딥택트의 흐름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도 무의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날로그 산업들이 동물원의 울타리 안에서 구획되었다면 디지털 시대는 대평원에서 경쟁하고 교류하며 협력하는 생태계에 비유된다.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정부 규제의 기본 관점도 동물원의 폐쇄적 규율에서 대평원의 개방적 원칙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디지털 생태계를 아날로그 동물원으로 회귀시키는 퇴행적 관점에 매몰되어 있다. 최근 발표된 플랫폼 사업자 규제 방안이 대표적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갑과 을, 강자와 약자라는 단순 도식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재단하여 좁은 틀에 가두려 한다. 공정을 명분으로 기존 사업자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방안도 창업자 자금 회수의 걸림돌이 되어 당초 의도와 달리 젊은 세대의 창업 의욕을 저하시킬 위험성이 높다. 모두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변주곡을 보는 느낌이다. 시장의 역동적인 질서를 부인하고, 자발적 거래 당사자를 선악의 잣대로 구분하여 좁은 규제의 울타리에 가두어서 통제한다는 발상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언택트, 딥택트가 상징하는 오늘날의 격변기에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정부의 규제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아날로그 동물원의 사고방식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규율하려는 접근으로 그나마 자생적으로 진화하는 미래산업의 뿌리를 뽑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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