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한 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서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계에 관한 것이다. 인구가 3억3100만 명인 미국은 3일 신규 확진자가 5만4904명 발생했다(월드오미터 기준). 같은 날 인구 5100만 명인 우리나라는 신규 확진자가 63명이었다. 그런데 인구가 14억3930만 명인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통계 조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 조작 여부를 알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이렇게 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 정부가 국민을 철저히 막고 통제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위챗(한국판 카카오톡)으로 사실상 전 국민을 통제하고 있다. 은행, 카페, 식당 등 모든 건물에 들어갈 때 반드시 위챗을 통해 ‘건강 통행증’(건강하다는 증명서)을 보여줘야 한다. 이 통행증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면 새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이동 정보는 고스란히 정부로 넘어간다. 외국인도 예외는 없다. 모두 위챗을 내려받아 여권 정보를 입력하고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게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이동 통제도 빈번하다. 베이징에 확진자가 증가했을 때 베이징시 정부는 시 밖으로 나가는 버스와 택시 운행을 금지했고, 비행기 운항도 80% 가까이 취소시켰다. 가족의 장례 등 특별한 경우만 ‘출(出) 베이징’을 허가했는데, 이 경우에도 일주일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소지하고 있어야 했다. 코로나19 위험 지역에 다녀온 ‘격리자’가 아파트에 들어오면 주민위원회에서 그 집 현관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감시했다. 아파트 건물이 30개 동 이상 모여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출입문을 대부분 폐쇄하고 단 1곳만 개방했다. 이곳으로 드나드는 모든 사람과 차량을 검사했다. 단지가 커서 개방된 문에서 멀리 사는 사람은 20∼30분을 걸어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모두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통제들이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진자 통계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진짜로 ‘0’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런데 중국 국민은 이 같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단순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의 방침을 따르자’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밑바탕에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식 체제의 우월함이 증명됐다고 믿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아니고서는 이 같은 과감한 통제를 그 어느 나라도 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했고, 그래서 중국 공산당 체제가 더 우월하다는 얘기다.
중국 지방정부의 한 관료는 위챗 대화에서 “자유가 만개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는데, 중국은 해냈다”고 자랑했다. 중국의 많은 국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들의 ‘근자감’이 두려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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