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선 ‘이름 대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불붙으면서 과거 남북전쟁에서 노예해방에 반대했던 남부연합 군대(남군)와 관련된 이름이나 지명을 없애거나 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잘 보존돼 온 역사를 왜 갑자기 지금 바꿔야 하느냐’는 것이죠.
△“I’m not wedded to the idea that those names of those military installations are eternal.”
미국에는 남군 장군들의 이름을 딴 군사기지가 10개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런 기지들을 개명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많은 공화당 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나는 군 기지들의 이름이 영원하다는 생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이죠. ‘Be wedded to’는 ‘지지하다’ ‘고집하다’라는 뜻입니다
△“This is a battle to save the Heritage, History, and Greatness of our Country!”
남군 관련 동상이나 조형물을 허물어 없애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과거 남군의 수도였던 리치먼드(현 버지니아 주도)에서는 11개의 남군 기념 조형물들을 허무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남군 총사령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미국의 유산, 역사, 위대함을 지키려는 싸움이야!”라는 분노의 트윗을 날렸습니다.
△What is good for the goose is good for the gander.
예일대 설립자 엘리후 예일은 노예 거래상 출신입니다. 하지만 예일이라는 이름은 가치 높은 브랜드인 만큼 대학 측은 쉽게 교명 교체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네티컷 미러’라는 지역 신문은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암거위에게 좋은 것은 수거위에게도 좋다”는 문장을 썼습니다. 흔히 우리나라 속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에 비유되는데요. 좀 더 정확한 뜻은 ‘혜택과 의무는 어느 쪽에나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남군 장군들이나 노예 거래상들의 이름은 줄줄이 교체되는 마당에 예일대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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