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1999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규제 완화와 대규모 해제 계획을 발표한 뒤 환경단체가 반발하자 김대중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강조했다. 1970년대에 지정된 후 성역처럼 유지되던 그린벨트의 해제는 김 대통령의 1997년 대선 공약이었다.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주목적은 경제 활성화였다. 박정희 정부가 남긴 그린벨트가 비상금을 모아 둔 돼지저금통처럼 외환위기 극복의 요긴한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그린벨트는 49년 전인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처음 지정됐다.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선에 있는 도넛 모양의 서울, 경기도 땅 454.2km²가 녹지로 묶였다. 영국의 그린벨트가 모델이었다. 대도시가 급팽창하고 공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그린벨트를 만들고 개발을 통제한 것이다. 1977년까지 국토의 5.4%, 5397km²가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88올림픽을 전후해 미사리 조정경기장 등이 일부 개발됐을 뿐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서 전체 규모가 유지되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대규모 해제가 이뤄졌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부턴 집값 폭등으로 아파트 공급 요구가 대두될 때마다 곶감 빼먹듯 그린벨트를 쳐다봤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반값 아파트’가 공약이던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지을 땅을 강남구, 서초구 그린벨트를 풀어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도 민간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토지를 그린벨트를 풀어 확보했다. 현재 전국의 그린벨트 면적은 3837km²로 1977년에 비해 29% 감소했다.
▷어제 발표된 문재인 정부 22번째 부동산대책은 서울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될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발표된 자료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서울시에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요청했지만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협의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고(故) 박 시장은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과 같은 곳”이라며 반대했지만 소속 정당의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의 확장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는 중요한 제도다. 하지만 도심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와 그린벨트 해제 외에는 수도권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수장이 공석이 된 서울시와 정부 여당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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