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동현 경기 부천시의회 의장이 3월 현금자동입출금기에 놓여 있던 현금 70만 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같은 당의 이관수 서울 강남구의회 의장은 11일 새벽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 사고를 냈다. 이 의장은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하기까지 했고, 이동현 의장은 절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11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기초의원들의 일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유승현 전 경기 김포시의회 의장이 골프채로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상태며, 2018년 12월 박종철 전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은 해외 연수 중에 가이드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 정읍시의회의 동료 의원 성추행 사건, 전남 목포시의회의 상습 성희롱 발언 등 성범죄도 잇따랐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벌써 29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를 둘러싼 추문은 끊이지 않는다. 지역 살림살이를 투명하게 감시하는 풀뿌리민주주의 역할은 온데간데없고, 되레 동네 망신의 표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기초의원들의 도덕성 불감증 행태는 각 정당의 독식 구조로 인해 감시와 견제의 무풍지대가 된 탓이다. 수도권과 호남은 지금의 여당이, 영남은 야당이 의석을 싹쓸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정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선거 때면 자질 검증보다는 정치권 줄 대기 경쟁이 벌어지고 공천만 받으면 함량 미달 인사라도 지방의회에 쉽게 진입하고 있다. 특정 정당이 다수 의석을 장악하고 있으니 사고를 쳐도 끼리끼리 봐주고 넘어가기 일쑤다. 차제에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해 중앙정치가 지방자치를 옥죄는 먹이사슬을 끊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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