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편견에 관한 이야기다. 주말 서울 남산에 있는 커피숍에 갔는데, 스님 세 분이 들어오셨다. 남산을 올라오느라 힘드셨는지 스님 한 분이 연신 목 뒤 땀을 닦으시며 말씀하셨다. “주문 먼저 하시지요.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다른 스님들은 감사하다며 목례를 하였고 메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메뉴가 너무 다양해서 그런지 스님들은 신중한 눈빛으로 메뉴를 몇 번 훑었지만 정하지 못했다. “날도 더운데 커피로 하실까요?” 기다리던 스님이 먼저 제안했더니 스님 한 분은 “네. 그럼 저는 커피 마시겠습니다”, 다른 스님 한 분은 “저는… 그린티 라테로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드디어 메뉴가 정해졌고 스님 한 분이 알바생에게 “저희 주문하겠습니다. 커피 두 잔, 그린티 라테 한 잔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주문하신 스님께서 “저는 아이스로 하겠습니다. 스님은?” 그러자 그분은 또 고민에 잠기셨다. “어 저는… 뜨거운 거, 아니, 아이스… 아니 … 그냥 뜨거운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그린티 라테는 뜨거운 걸로 할까요? 차가운 걸로 할까요 스님?” “어… 음, 저는 아이스 하겠습니다.” 정말 신중한 선택이었다. 스님 한 분께서 정리해서 다시 알바생에게 전달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뜨거운 커피 한 잔, 아이스 그린티 라테 한 잔 주십시오.”
알바생은 다시 한번 질문했다. “사이즈는 어떻게 드릴까요?” “사이즈요? 두 분 스님은 어떠세요? 그란데 사이즈로 셋 다 할까요?” “아니요. 음… 저는 그냥 작은 사이즈면 됩니다.” “저는 그란데 하겠습니다.” 스님은 다시 정리했다. “아이스커피는 그란데 사이즈, 뜨거운 커피는 톨 사이즈, 그린티 라테는 그란데 사이즈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주문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때 뜨거운 커피를 주문한 스님께서 “아 죄송합니다. 저… 아이스로 바꾸겠습니다.” 주문하던 스님이 그 스님을 잠깐 째려봤다. 사실,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고, 선택은 언제나 어렵다. 잠시나마, 나의 편견을 돌아보게 됐다.
이번엔 오해에 관한 이야기다. 평소 자주 가는 닭 요리 식당에 갔는데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라 그날도 손님이 많았다. 젊은 커플이 들어와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그 커플도 닭 한마리를 주문하더니 “너무 비싸다. 맛집 맞아?”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단골집이라 그 커플이 떠드는 소리가 계속 귀에 거슬렸다. 괜한 오지랖이 발동했고, 닭은 먹는 둥 마는 둥 그 커플이 어디로 가는지 계속 곁눈질로 살피고 있었다. 그 커플이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길래 안심하고 잠시 닭다리를 뜯었는데 아뿔싸!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커플이 사라지고 없었다. 닭은 끓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커플이 도망간 것 같았다. 사장님께 얘기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 사이 1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아무도 없는 자리에 닭만 펄펄 끓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장님께 말씀드리려는 찰나 그 커플이 아이스커피 세 잔을 들고 들어오더니 “사장님 드세요. 지갑을 안 가져와서 잠깐 차에 갔다왔어요”라며 커피를 건넸다. 나는 머쓱해서 다시 내 앞접시에 코를 박고 먹던 닭다리를 뜯었다. 오해하지 말자. 정말 마지막까지 기다릴 자신 없으면 오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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